[한경에세이] 중소기업의 경쟁력 .. 최금주 <화이버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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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fibertec.co.kr
가정용품을 만들어 백화점과 할인점에 공급한 지 20여년.
유럽에서 전량 수입하던 쟁반 등을 특허공법으로 제작해냄으로써 적지 않은 수입대체 효과를 거뒀다고 자부한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일본 미국 등에 수출하면서 품질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2003년 우리 중소 제조업의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IMF라는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건 그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노동시장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땐 부채가 없는 건실한 기업은 견딜 수 있었고 정부도 기업이 IMF를 잘 넘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금은 어떤가.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그때보다 나을 게 없다.
봄부터 불어닥친 이라크전쟁이며,사스며,북핵 사태 등은 어려움을 더하게 했다.
국외적 요인만 문제로 작용하는 게 아니다.
주 5일제 확산으로 인한 비용 가중,그나마 적은 임금과 3D 업종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을 떠나게 만드는 노동허가제,연수생 유입 감소 등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은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그렇다고 너나 할 것 없이 중국이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저임금국가를 찾아 나가면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어려우면 너도 나가면 되지"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러다간 우리 기술이 모두 이전돼 '배 주고 뱃속 빌어먹는다'는 속담처럼 다음 세대들은 비싼 값으로 물건을 수입해야 하는 형국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기우일까.
이런 상황에서 중소 제조업체가 그냥 주저앉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할 때마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이탈리아 프랑스 같은 디자인 강국을 그려보는 것이다.
중국만 해도 2~3년 전과 판이하게 다른 건 물론 한 달이 멀게 발전한다.
그들의 발전을 떠올리면 무서운 느낌이 들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디자인 특화뿐이다 싶다.
디자인 개발은 중소기업의 독자적인 노력만으론 힘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중소 제조업의 디자인 개발사업을 펼치거나 지원해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한국의 디자인제품을 쏟아낼 수 있게 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