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방지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미국의 '사베인-옥슬리법'이 오는 30일로 제정 1주년을 맞는다. 법 제정을 계기로 미 기업들은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적극 영입하고,회장과 최고경영자(CEO)의 권한을 분리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사베인-옥슬리법 덕택으로 미국의 기업 이사회가 변신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법률이 회사 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경영진 처벌 규정을 강화,기업이 위험회피에만 주력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스티븐 라인먼트 펩시코 회장은 "엄격한 법률 적용을 받다보니 다른 기업과 차별되는 전략을 펴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사회에 힘 실린다=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감시기능이 강화된 점이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사외이사 뿐 아니라 이사회 자문그룹에는 변호사 경영컨설턴트 등이 대거 포함돼,이사회가 개혁을 이끄는 역할까지 맡게 됐다. 이사회는 주주·종업원들의 '불만 접수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기업 내 비리를 고발하는 '이사회 핫라인' 개설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새로운 양상이다. 제약회사 화이자가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들에게 e메일로 직접 비리를 제보하는 제도를 도입한 게 대표적 예다. 회계관행을 감시하는 감사위원회의 임무수행도 철저해졌다. 일년에 고작 3∼4회 모이던 감사위원회는 법 제정 이후 평균 10회 이상 열리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페레그린시스템스의 리처드 코페스 사외이사는 "CEO가 회장까지 맡겠다고 나섰을 때 이사들이 적극 반대,안건을 부결시킨 적이 있다"며 거수기에 불과했던 과거 이사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전했다. 사베인-옥슬리법은 5년마다 회계법인 교체를 명시하고 있으나,기업들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법인을 좀더 자주 바꾸기도 한다. ◆갈 길은 멀다=이사회 구성원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개선할 점으로 지적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기업 중 70%는 이사진에 대한 평가방법이나 무능한 인사를 교체하는 절차가 없다"고 비판했다. 경영진이 업적과 상관없이 스톡옵션이나 각종 보너스로 엄청난 보수를 챙기는 현실도 그대로다. 관행에 젖은 이사회 멤버들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를 깨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꼬집었다. 기업 비리 제보자에 대한 비밀보장도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