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영국인의 노동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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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영국의 경제 성장은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 보이지만 노동시장은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다.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고 있고 실업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그렇다.
영국 정부는 이같은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혹시나 영국인들이 너무 열심히 일하고 있는게 아닌가 걱정하기까지 한다.
패트리샤 휴잇 통상산업장관은 이른바 '균형된 직장·가정생활 아젠다'를 주창하며 오랜 노동시간은 낡은 관습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인들은 정말 일을 많이 하는 걸까. 정규직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은 유럽연합(EU) 회원국보다 많은 게 사실이다.
영국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3.3시간으로,EU(39.3시간)나 프랑스(37.7시간)보다 길다.
특히 남성 정규직 근로자 중 25%,여성은 10% 이상이 주당 48시간 이상을 일한다.
단순 계산해도 유럽인 평균보다 10% 이상 일을 더 많이 하는 셈이다.
노동시간이 긴 사람들은 주로 전문가 집단이나 기업체 임원들이다.
80년대부터 이들은 미국식 근무방식을 습득,아침 일찍 출근해 점심은 샌드위치로 간단히 때우면서 밤 늦게까지 일해왔다.
그 이유는 직업의 안정성이 낮아지면서 회사에 충성심을 보여줄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을 감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영국 노동력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파트타임 근로자들은 EU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두번째로 적게 일을 한다.
따라서 이들을 통계치에 넣었을 경우 영국인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보다도 오히려 짧아진다.
게다가 지난 88년 10월 EU의 노동시간 규정이 영국에도 도입되면서부터는 일을 적게하려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실정이다.
EU규정은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48시간으로 제한하는 한편 휴가일수도 늘려 놓았다.
마크 테일러와 르네 보하임 에섹스대 경제학과 교수들이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국인들의 3분의 1은 돈을 적게 벌더라도 일을 덜 하고 싶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 영국인들은 일을 적게 하고 싶다고 느끼는 것일까. 아마도 그 이유는 최근 10여년간 실업률이 점점 낮아지면서 직장에서 해고될 위험이 줄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정생활에 좀 더 충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점도 또 다른 이유다.
남편들은 일찍 귀가하라는 아내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국 노동연구소(IES)에 따르면 대학을 갓 졸업한 직장인들은 직업에 대한 열의가 점차 식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1백년간 인류의 노동시간을 살펴보면 이같은 사실이 분명해진다.
경제 번영을 거듭하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다.
실직의 공포 때문에 80∼90년대 영국인들이 노동시간을 늘렸던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일 뿐이다.
근로자들은 점점 일찍 퇴근을 하고 있다.
결국 현 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균형된 직장·가정생활 아젠다'는 불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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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실린 'Working time:Clocking off'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