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두 번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다가 떠나오.어머님으로부터 태어나 반평생을 살고 당신을 만나 반평생 동안 복락을 누렸소.명예도 없고 재산도 적고 지위도 얻지 못했지만 당신의 소중한 사랑을 받고 살다 가오…."(수필가 육상구) 격월간지 '한국문인'(8·9월호)이 원로 문인 11명의 '가상 유언장'을 특집으로 실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이 왔다는 가정 아래 세상과 자신을 돌아보며 써내려간 문인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내가 여행 중에 사라지든 집에 와서 죽든 그것은 나 스스로 즐거운 마음으로 선택한 것임을 다른 사람에게도 말해주게.그리고 구름 속에 숨어 버리듯이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니라면 나는 먼저 간 아내 곁에 재가 되어 찾아가겠네…." (문학평론가 김우종) 시인 황금찬씨는 자신의 시비(詩碑)에 새길 '빈 자리'라는 짧은 시를 남겼다. "네가 떠난/빈자리/하이얀 태양이/말이 없고/구름 길/겨울 파도소리"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체득한 지혜를 전하는 교훈 형식의 '유언'도 보인다. "세상에 너무 많은 욕망을 갖지 마라.헛된 욕망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게 훨씬 득이더라.재산? 감투? 으스대는 것? 다 부질없었던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돈도 명예도 죽음 앞에선 다 쓰레기일 뿐이다…."(소설가 정건섭) 수필가 김길웅씨는 자신이 죽은 후 홀로 남게 될 아내를 자식들에게 부탁하는 글을 썼다. "어머니에게 잘해주지 못한 이 아버지 분명 저승길 먼저 가고 어머니는 미망인으로 남을 것이야.그땔랑 내 몫까지 얹어 가며 정성 다해 모셔라.돌아가고 나면 너희들 눈에서 피눈물이 날 것인즉 행여 한치라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야…."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