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中 한국신용카드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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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교외에 한국인이 자주 찾는 태양도라는 골프장이 있다.
최근 이곳에 들른 상사원 J씨는 골프장 여직원에게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신용카드가 문제였다.
J씨는 계산을 위해 신용카드를 내밀었으나 거부당했다.
체면을 구긴 그는 "회원에게 이럴 수 있느냐"며 화부터 냈다.
골프장 직원은 오히려 "한국 신용카드에 불량품이 많다는 것을 모르고 있느냐"고 핀잔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얼굴을 숙이고 현금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터진 한국인 신용카드 사기사건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상하이 경찰은 한국서 신용카드를 몰래 들여와 이를 중국에서 불법 결제,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한국인4명이 낀 일당 5명을 체포했다. 증거물로 4백50여장의 신용카드를 압수했다. 그들은 서울 노숙자 등으로부터 카드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상하이 TV와 신문에 '한국 신용카드, 경제질서 교란'이라는 제목으로 일제히 크게 보도됐다.
농업은행 상하이지점은 거래 업체에 '한국인 신용카드사용 주의 요망'이라는 공문을 보냈고,한국인 출입이 많은 태양도 골프장은 아예 한국 신용카드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고 있는 신용카드 신용불량 문제가 국제적인 사안으로 비화된 것이다.
한국 신용카드가 중국에서 거부당하는 건 지독한 역설이다. 우리는 중국인의 비즈니스를 얘기하면서 '신용 불량'이라는 말을 많이 꺼낸다. 그들은 개인 상(商)관행 또는 기업대 기업 거래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비난이다.
가짜 천국이란 말도 자주 한다. 그래서 '중국은 아직 멀었어'라는 얘기가 쉽게 나온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우리는 중국인에게 '신용이 없다'고 탓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은 최소한 신용 없는 가짜 신용카드를 남발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신용카드 발급 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신용조사를 한다.
언론 보도로 이번 사건을 접한 많은 상하이 사람들은 거꾸로 한국의 신용질서를 비아냥대고 있다.
무분별한 카드발급으로 야기된 신용불량 문제가 중국에서 한국경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