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생산 투자 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가 모두 좋지 않다. 많은 예측기관들이 경제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제대로 안되면 당장 고용이 걱정이다. 정부는 고용대란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적자 재정을 감수해서라도 경제를 되살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시장이 협소하고 산업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국내경기 못지 않게 해외시장을 활용하여 경제를 살리는 방안,즉 수출을 통해 시장을 살려나가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될 것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중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7.7% 증가한 8백93억달러로 이라크 전쟁, SARS, 세계 경제 회복지연 등 대외 악조건 속에서도 견실한 증가세를 유지해 그나마 우리경제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국내경제정책의 효과가 시장에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생산 투자 소비 등의 발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의 확대를 통한 경기활성화 돌파구 마련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대안이라고 본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금리인하,감세 등의 경기부양정책과 관련해 수출지원분야에 대한 예산배정 및 조기집행을 통한 지속적 무역수지 흑자기조 유지야말로 경기회복을 위한 가장 효과적이며 필수적인 처방이라 여겨진다. 과거 정부는 수출촉진을 위해 수출보조금 무역금융 수출산업설비금융 등 다양한 형태로 수출을 직접 지원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정책들이 불공정무역관행으로 평가돼 통상마찰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고,상계관세나 수입쿼터와 같은 무역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다. 수출금융 및 세제상 우대 등 직접적인 수출지원은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수출국들은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간접지원을 통한 다양한 수출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에 혈안이다. 간접수출 지원정책 중 가장 유용한 것은 수출보험 제도다. 통상마찰을 피하면서 기업의 수출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WTO도 그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다. 수출보험은 수입자의 계약파기,파산,대금지급지연 또는 거절 등의 신용위험과 수입국에서의 전쟁,내란 등에서 생기는 위험을 보전해 준다. 또한 환거래 제한 등의 비상위험 및 계약,선적,결제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율변동으로 인해 수출자 생산자 또는 수출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기관이 입게 되는 불의의 손실도 보상해 줌으로써 수출관련자들이 안심하고 수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1920년대부터 운영해 왔고 80~90년대 들어오면서 중국 체코 폴란드 터키 등 후발개도국도 경쟁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국가에서 수출 지원정책 수단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수출보험이 국내에도 제 기능이 수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용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수출지원을 위한 많은 상품이 개발되고 이용도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그러니 이런 모든 활동을 보다 원활히 수행하려면 수출보험 인수규모의 근간이 되는 수출보험기금이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 수출보험기금은 수출보험사업의 기본담보력 및 국제적 신인도의 척도로 견실한 자본구조 유지는 수출보험의 대외공신력을 높여 수출기업들이 안심하고 수출보험을 이용토록 하며,이는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현재의 보험금지급추이,수출보험 이용률, 수출 및 회수전망, 보험료율 인상 등을 감안할 때 수출보험기금의 적정규모는 2007년 기준으로 2조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적정기금규모의 달성은 보험료율의 점진적 인상과 함께 지속적 재정출연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보험료율의 과도한 인상은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수출지원기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커 최선의 정책대안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수출보험기금의 적정한 담보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책당국과 유관기관의 끊임없는 관심과 과감한 재정출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