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실패'에서 배운다] (9) "변해야 산다" : 제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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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해당하는 독일 연방산업연합회(BDI)의 미카엘 로코프스키 회장은 "독일은 실업자로 머물러 있는 것이 일자리를 찾는 것보다 더 매력적인 나라가 됐다"며 "노동시장과 사회복지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지난 30여년동안 사회복지 제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만 발전해왔다"며 "더 늦기 전에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시장경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낸 독일 경제가 지금은 힘을 많이 잃은 것 같다.
"독일은 최근 20여년동안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실업자가 계속 늘어나 이제는 4백50여만명에 이르렀다.
세계 경기 침체가 직접적인 원인이고 통일비용 부담도 컸다.
통일비용은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정도 떨어뜨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과도한 노동비용과 과보호된 노동시장, 지나친 사회보장비용 등 내부요인으로 인한 폐해가 컸다."
-독일 경제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과도한 비용과 많은 규제, 세금정책의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들이다.
세금은 2001년 제도 개혁으로 낮아졌으나 아직도 실질세금 부담률이 39%로 국제기준에 비춰 볼때 매우 높은 편이다.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최고 법인세율이 35%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
사회보장 부담금도 상당수준 낮춰져야 한다."
-노사 공동의사결정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기업들은 이사회와 감사회를 둬야 한다.
이사회 이사들은 집행임원으로 회사에서 일하고,감사회의 통제를 받고 있다.
직원수가 2천명이 넘는 회사의 감사회는 주주대표 6명과 근로자대표 6명을 둬야 한다.
그러나 감사회는 비효율적일 때가 많다.
감사회에 참석하는 노조 대표수를 줄여야 한다.
독일 노조는 더이상 많은 종업원들을 대표하는 조직이 아니다.
감사회에 참여하는 노조대표들은 이해상충의 문제를 안고 있다.
노조측 감사회 위원들이 파업을 요구할 때가 있는데 회사 이익에 상충하는 행위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는 사례가 많다고 들었다.
"과도한 세금과 사회복지비 부담은 노동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
고용기회도 줄이고 투자도 저해한다.
사회복지 제도가 '그릇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은 이제 사람들에게 실업급여나 실업보조금에 의존하는 것이 직장을 찾는 것보다 더 매력적인 나라가 됐다.
과도한 복지제도는 성장률을 높이는데 큰 장애물이다."
-학생들의 국제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은 질(質)과 양(量) 두 측면에서 교육 성과를 높이기 위한 개혁을 해야 한다.
독일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젊은이들이 필요하다.
대학 등 각급 학교에 대해 행정 규제의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
경쟁을 통해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더 많은 자율이 학교에 주어져야 한다.
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학교로 가서는 안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 등으로 쓰여져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효율도 높일 수 있다."
-독일 경제계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내놓은 개혁안(아젠다 2010)은 정부가 문제의 핵심을 파악했음을 보여준다.
실질적인 구조개혁을 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계는 이 개혁안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물론 이번 개혁안으로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계속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 시장경제가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경제 측면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 30여년동안 독일은 복지제도를 계속 확충시켜 왔다.
이 때문에 경제적인 자유와 시장지향적인 제도들은 위축됐다.
이제는 발전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서로에게서 배워야 한다.
한국은 1990년대말 위기를 지렛대로 삼아 어려운 개혁들을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독일은 이제 노동시장을 새롭게 바꿔야 하는데 미국식 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이 재벌을 현대화하고 중소기업을 강화한다면 한 차원 높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중소기업은 경제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한 존재다.
독일 대기업들이 매우 높은 생산성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한 이면에는 중소기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외부의 성공사례를 참고해서 목표를 정하더라도 그 나라 고유의 문화와 전통에 어긋나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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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카엘 로코프스키 주요 약력 ]
1939년생
라우자네대학, 호크슐레카를스루헤 기술대학 산업공학 박사
지스코(SISCO) 대표
포이트(Voith) 감사회ㆍ이사회 의장
공작기계협회(VDMA) 회장
연방산업연합회장 (현직)
베를린=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