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부담을 덜 것인가,소액주주 등의 경영감시 공포에서 벗어날 것인가." 국내 정유업계 2위 업체인 LG칼텍스정유가 기업공개(IPO)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LG칼텍스정유는 지난 90년 주식상장을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받으면서 조세감면규제법에 따라 법인세 약 6백억원을 감면받았다. 이 회사가 만약 올 연말까지 상장하지 않는다면 법인세,이자,가산세 등 모두 1천9백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절차를 감안하면 늦어도 오는 8월말까지는 기업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합작선인 쉐브론텍사코가 상장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LG칼텍스정유는 지난 2월 대우증권과 하나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해 기업공개를 추진해왔다.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기업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에서다. 상장기업들은 대규모 시설투자 자금 마련이나 해외차입 등에서 비교적 유리하다. LG정유는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현재 91.2%에 불과한데다 재무구조가 탄탄하며 SK㈜에 이어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상장할 경우 4만원대 이상에서 주가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정유는 오는 2006년까지 '유로4'(황함유량 50ppm) 기준의 경유 생산을 위해서는 탈황설비에 대한 추가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상장할 경우 이같은 자금 마련이 가능하다. 게다가 상장하지 않을 경우 법인세 감면분을 토해내야 하는 만큼 자금부담도 적지 않다. 이밖에 LG정유는 상장하지 않을 경우 지주회사인 ㈜LG가 내년 3월까지 지분율을 현재의 49.83%에서 50%로 높여야 한다. 그러나 0.17%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이준용 대림 회장의 아들 이해욱 이해승 형제가 결코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허동수 회장 등 LG정유 경영진은 그러나 상장여부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상장할 경우 최근 라이벌 업체인 SK㈜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소액주주와 시민단체 등의 경영간섭과 감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23일 국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가 모든 상장·등록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상장을 꺼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합작사인 쉐브론텍사코가 기업공개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다. 쉐브론텍사코는 LG와 사이좋게 배당금을 나눠 가지면서 순조로운 합작사업을 유지하고 있는데 기업을 공개할 경우 주주들의 다양한 요구가 빗발치리라는 게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쉐브론텍사코 측은 공정위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일부 지분을 넘겨달라는 LG측의 요청을 거부하는등 현재의 지분율을 더이상 낮추려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