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조업이 장기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 내지 15년 뒤를 겨냥한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루트비히 발츠 독일 보쉬 사장) "경영과 기술을 접목시킨 교육프로그램이 보다 활성화돼야 제조업이 살 수 있다"(후루카와 유지 전 일본정밀공학회 회장) 25일 산업자원부 주최로 열린 '차세대 성장산업 국제회의' 이틀째 행사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저명인사들이 토론자로 참여, △주력 기간산업 △미래 유망산업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등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국제회의는 이날 이틀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폐막됐다. ◆교육이 핵심경쟁력이다=토론 참석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산학연계 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규용 미 메릴랜드대 화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발전은 인적자원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핵심기술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우수한 학생들을 과학과 기술 분야로 유도하고 외국에 나가 있는 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개발비와 연구인력의 편중현상도 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주덕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은 "앞으로 최소한 10년간은 제조업 주도의 성장이 불가피함에도 대부분의 연구개발비는 IT(정보기술) BT(바이오기술) 등 신산업에만 집중되고 있다"며 "박사급 고급인력의 90% 가량이 기업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학교에만 묶여 있는 것도 국가경쟁력 향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루카와 회장도 "한국 제조업계는 일본에 비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취약하다"며 "일본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학의 교과과정을 시장 요구에 부합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본은 대부분의 MBA(경영학 석사) 과정에서 경영과 기술을 접목시킨 'MOT(Management of Technology)'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같은 교육과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래에 투자하라=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향후 5∼10년 후의 시장상황과 기술발전 수준을 정확히 예측하는 게 선결과제라고 토론자들은 강조했다. 엘리 오퍼 이스라엘 산업통상부 수석과학관은 "오랜 진화과정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물들은 힘이 세거나 똑똑해서가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했기 때문에 멸종되지 않았다"며 "한국이 성장전략을 짤 때도 세계 시장의 변화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독일 보쉬의 발츠 사장은 "앞으로 자동차업계의 주력 제품이 소형 차량에서 중·대형 차량으로 전환되는 동시에 디젤이나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라며 "한국 자동차업계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자동차 시장의 이같은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면 앞으로도 연간 10% 정도의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