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방범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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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몰리션 맨'에선 길 가다 상소리만 해도 곧장 벌점딱지가 나온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선 곳곳의 홍채인식 시스템으로 인해 눈을 바꾸지 않는 한 숨을 곳이 없다.
목적은 한결같다.
시민의 안전을 위한 범죄 예방이다.
범죄는 줄지만 시스템 통제자에 의해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다수의 안전(질서)와 개인의 인권(프라이버시)는 이렇게 상충된다.
도ㆍ감청은 물론 폐쇄회로 TV(CCTV)설치가 문제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방범용 CCTV가 유용하다는 보고는 많다.
영국의 경우 리버풀 시내에 설치했더니 91년 53건이던 강력범죄가 1년 뒤 9건으로 급감했고,뉴햄에선 98년 CCTV에 얼굴인식 소프트웨어를 첨가,범죄발생률을 40%나 줄였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말 강남구가 논현1동에 CCTV를 놓은 결과 살인ㆍ강도ㆍ절도 등이 42.5%나 감소했다고 한다.
인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2백72곳으로 늘리겠다고 나선 것도 그같은 사실에 기인한다.
노원구에선 쓰레기 불법투기를 막으려 모형을 달았는데도 효과를 봤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거리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데 대한 반대도 작지 않다.
개인의 동의 없는 무차별 촬영은 엄연한 인권 및 사생활 침해라는 주장이다.
특정시간 그곳을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의심의 대상이 될수 있다는 건 말도 안된다는 얘기다.
영화에서처럼 악용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 어렵다고도 한다.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감시카메라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소식이다.
CCTV를 설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민의 신변과 재산 보호다.
특정지역에만 두면 다른 지역에서 범죄가 늘어나는 '전이'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용처는 언제나 당초의 의도와 목적을 뛰어넘고,최선의 의도가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수도 허다하다.
게다가 감시카메라의 특징인 '시선의 비대칭성'은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감시장치에 대한 맹신과 행정당국의 무지가 겹치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은 터무니없이 무너질 수 있다.
설치 여부도 신중해야겠거니와 반드시 설치 사실을 알리고 녹화화면이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는 등 세심한 부가조치가 필요하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