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빙하…백야…초록 대지…동화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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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의 여름은 눈부시다.
그 청정한 공기와 맑은 햇빛은 경이롭다.
도심의 스모그에 길들어져 있는 우리들에겐 자못 어색하기까지 하다.
낮 최고 기온은 섭씨 22∼23도 정도.
한국의 늦여름이나 초가을쯤에 해당된다.
백야도 한창이다.
하루 20시간 이상이 환한 대낮이다.
여행객들에겐 그만큼 관광을 즐길 시간이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태양을 받으며 만개한 꽃들은 '거대한 땅'에 빛을 더한다.
어디를 가든 길 양편엔 붉은색 화이어위드가 피어 있다.
밑동부터 피어오르는 화이어위드의 꽃이 맨 꼭대기에 다다를 때면 첫눈이 온단다.
건물마다 걸린 베고니아, 제라리움, 로벨리아 등 형형색색의 꽃바구니도 눈길을 잡는다.
러시아로부터 에이커당 2센트 정도인 7백20만달러에 매입했다는 광활한 자원의 보고.
미국의 49번째 주로 편입된 이곳은 이제 관광천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실상 알래스카 관광은 차를 타고 마냥 길을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빙하가 녹아 내린 푸른 우윳빛 냇물과 강.
진록의 산 위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새하얀 눈과 빙하.
자작나무와 전나무가 이룬 숲의 터널을 지나며 느끼는 자연과의 일체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이 벅차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알래스카 여름여행의 백미는 빙하관광쯤이 될까.
만년설이 층층이 쌓여 생겨난 에메랄드 빛 빙하가 바다로 무너져 내리는 장관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더욱이 고래나 물개, 바다수달 등 야생동물들과 마주치는 재미도 쏠쏠하다.
빙하관광선은 남부의 항구 휘티어에서 떠난다.
모든 주민들이 아파트 한 채에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다.
연신 엔진을 부르릉 거리며 출발을 기다리던 유람선이 바닷물을 가르면 하늘과 해안 절벽을 하얗게 뒤덮은 물새들이 환영을 나온다.
선상 식사가 끝나고 유람선은 칼리지 피요르드에 들어선다.
"여기서부터는 해달의 영토"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한두 마리나 볼 수 있으려니' 했다.
그러나 예상은 여지없이 깨졌다.
사방에 흩어져 배영을 하는 해달 무리에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나이를 잊고 환호했다.
26개의 빙하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이름을 붙인 칼리지 피오르드의 끝엔 하버드 빙하가 있다.
수만년에 걸친 세월의 힘은 산꼭대기의 빙하를 바다로 이끌었다.
4층 건물 높이로 절벽을 이룬 비취 빛 빙하는 굉음을 내며 바다로 얼음조각을 토해낸다.
배 한구석에선 바다에서 금방 건진 얼음조각으로 칵테일을 만들기에 한창이다.
태고의 청정수가 잔에서 녹는 순간이다.
알래스카의 또 다른 재미는 낚시.
강태공들에겐 말 그대로 천국이다.
알래스카 연안과 강은 이맘때쯤이면 연어들로 가득 찬다.
이곳의 연어는 수도 물론 많지만 그 크기 또한 놀랍다.
요새 한창 강을 거슬러 올라오고 있는 킹새먼 같은 종류는 무게가 30kg을 훌쩍 넘어간다.
어린아이 만하다.
이런게 걸리면 끌어 올리는데 서너 시간씩 실랑이를 벌여야 한단다.
특히 강으로 올라가기 전 바다에서 낚는 연어는 유달리 힘이 좋다.
뱃전에 낚싯줄을 팽팽하게 퉁기며 버티는 물고기를 끌어대는 맛은 초보자라도 금세 낚시광으로 만든다.
알래스카 음식의 주요 재료로 사용되는 초대형 광어는 또 다른 유혹이다.
핼리벗이라 불리는 이 광어는 배를 타고 2시간 정도를 나가야 잡을 수 있지만 그만한 즐거움을 준다.
길이 1.5m, 무게 40~50kg에 달하는 물고기를 건지는 재미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앵커리지를 떠나 3시간쯤 북으로 차를 달리면 탈키트나에 도착한다.
아사베스칸 인디언 말로 '풍요의 땅'이란 의미를 지닌 탈키트나는 수많은 호수와 강으로 이뤄진 곳.
여기서 프로펠러가 윙윙거리는 경비행기를 탄다.
발 아래는 원시의 모습을 지닌 수많은 호수와 강이 펼쳐진다.
몇 번인가 덜컹거리던 비행기는 '북미의 지붕' 매킨리(6천1백94m)에 도달한다.
고상돈씨가 정상을 정복하고 돌아오는 길에 세상을 달리했던 바로 그 준봉이다.
헤드폰을 통해 조종사의 설명이 들려온다.
많은 이들이 거쳐간 등산 루트와 빙하의 역사 등등.
그러나 이런 설명이 아니더라도 눈앞에서 날리는 눈보라와 반사되는 북국의 햇빛은 충분한 감동을 선사한다.
백야가 한창인 앵커리지에서 즐기는 골프 역시 새로운 맛을 제공한다.
저녁 9시까지 티오프할 수 있고 그린피는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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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대한항공은 8월19일까지 앵커리지 직항 전세기를 주 3회(화ㆍ금ㆍ토요일) 띄운다.
한진관광(02-726-5711) 자유여행사(02-3455-0002) 등 10개 여행사에서 이 전세기를 이용한 패키지상품을 판매한다.
예년에 비해 1백만원 정도 저렴하다.
상품은 두 가지.
5일짜리(1백99만원)는 화ㆍ토요일에, 6일짜리(2백19만원)는 화ㆍ금요일에 각각 출발한다.
패키지에는 빙하관광과 경비행기를 이용한 매킨리봉ㆍ드날리국립공원 관람 등이 포함된다.
숙소는 특급 힐튼호텔.
호텔 인근은 앵커리지의 번화가로 저녁시간에 상가를 둘러볼 수 있다.
또 연어가 올라오는 장관을 볼 수 있는 십크리크까지도 걸어서 가볼 만하다.
앵커리지에는 유명한 식당들이 곳곳에 있다.
신선한 재료들이 많은 만큼 음식 맛이 괜찮은 편이다.
색스카페(www.sackscafe.com)는 권위있는 여행안내서인 프로머에서 '2002 알래스카 최고의 식당'으로 꼽은 곳.
20년 전 문을 연 이래 냉동한 재료를 전혀 쓰지 않았다는 식당이다.
매일 날짜를 적은 메뉴판을 새로이 만들 정도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지만 '닭고기 관자요리'(23달러)는 17년간 꾸준히 제자리를 지켰단다.
알래스카 하면 생각나는 녹용의 가격은 상당히 저렴한 편.
상점마다 가격 차이가 있지만 현지인들은 2냥을 기준으로 보통 30달러에 거래하며 아무리 최상급 상품이라도 60달러 이상은 주지 않는단다.
알래스카=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