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세계 맥주전문점이 한창 확산되던 지난해 초여름 서울에서 꽤 괜찮다는 입지에서 가게를 열었다. 투자비도 평균 이상이었고 때마침 맥주점 성수기였다. 입지까지 좋았기 때문에 A씨의 성공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창업 초기 하루 8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주변에서는 모두 A씨의 성공을 기정 사실화했다. 하지만 정확히 8개월후 A씨는 저조한 매출을 견디지 못해 권리금을 손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넘기고 말았다. B씨도 샌드위치 전문점 입지로는 최상급에 속하는 강남의 A급 입지에서 매출부진으로 고민하는 사례에 속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창업한 그는 본사에서 이미 가맹점 간판을 내리는게 낫겠다며 포기한 케이스. B씨는 초기 매출이 부진하자 한마디로 '내 맘대로' 경영을 하고 있다. 적지않은 돈을 들였는데도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면 모두 본사 책임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물론 본사 책임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B씨의 경우 오픈한지 첫날부터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며 본사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또 본사의 매뉴얼을 완전히 무시한 채 제품을 만들고 손님을 맞았다. 시설 관리 등도 본사 방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그래도 매출이 계속 저조하자 그의 불평, 불만, 손님에 대한 짜증은 도를 넘어설 정도가 됐다. 도중에 본사에서 일주일간 직원을 파견, 운영을 대신해줄 때는 잠깐 매출이 올랐지만 B씨가 가게를 맡자 매출은 다시 곤두박질쳤다. 창업에서 성공하자면 굵직한 초기 조건이 좋아야 한다. 시류에 맞는 유망 아이템, 좋은 입지, 적정 수준 이상의 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굵직한 조건을 잘 갖추고도 실패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요즘처럼 경쟁자의 수준이 비슷해지고 경쟁 과열상황에서는 일상의 사소한 노력이 훨씬 중요할 수도 있다. 매출은 '고객의 마음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고객의 마음이 떠나면 최고의 입지에서도 매출은 떨어지게 돼있다. 입지가 불리해도 고객이 만족스럽다면 손님은 늘고 매출은 오른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데는 대단한 노력보다 일상속의 사소한 노력이 더 중요한 것이다.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서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완벽한 조건을 지녔던 주인공의 인생이 엉뚱한 방향으로 일그러졌을 때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모든 중요한 결과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안주나 음식을 만들 때 순간 순간의 정성이 깃든 마음,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눈빛,고객에게 건넨 사소한 덕담…. 매일 매일의 이런 사소한 노력들이야말로 사업에 생명을 불어넣고, 오랫동안 성공을 유지시키는 원동력이다. 이경희 <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www.changupo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