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고향 한국에서 며느리 얻었어요" ‥ 加 루이스 머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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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서도 한국을 잊어 본 적이 없습니다."
캐나다 육군 통신병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루이스 머피씨(70)가 50년 만에 다시 방문해 밝힌 첫 소감이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주 세인트존스의 한 통신기업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던 머피는 지난 1952년 19세의 앳된 이등병으로 한국 전쟁에 지원했다.
이제는 백발 노인으로 변한 그가 밝힌 참전 동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왜 그랬는지 몰라요.공산주의 소련이 동방의 어떤 작은 나라를 삼켜버릴 거라는 소식에 가슴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솟구쳐 오르더라구요."
정확한 한국 지명은 알 수 없으나 그는 38선 부근 중부전선에서 중국 인민군의 남하를 막는 임무를 맡았다.
전우들이 포탄 공격에 산산조각이 나는 장면을 수없이 목격했지만 전쟁이 끝나기까지 1년간을 잘 버텼다.
이 기간 중 여자 친구로부터 절교 편지를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동생인 잭 머피가 전쟁 막바지에 한국전에 동참해 끈기를 발휘할 수 있었다.
전쟁의 참혹상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간 뒤에도 수년간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던 머피는 경찰,포크송 가수,부동산 사업가 등으로 삶을 꾸렸다.
지금은 중견 광산업 개발 기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가난했던 한국이 경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너무 기뻐요.멀리 있지만 인터넷으로 한국에 대해 계속 공부하지요."
정전협정 5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1백여명의 캐나다 참전용사들과 함께 온 머피는 이번에 한국과 또 다른 인연을 맺었다.
한국인 며느리를 맞이하게 된 것.
경기도 남양주시 심석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는 아들 대니는 26일 한국인 신부를 맞아 결혼식을 올렸고,이 자리에서 머피는 특기인 포크송을 축가로 불렀다.
"캐나다에는 한국전 참전용사 2만7천명 가운데 1만3천여명이 생존해 있습니다.이들 대부분은 젊은 시절을 보낸 한국을 제2의 고향처럼 그리워하고 있어요."
며느리가 한국인의 따뜻한 눈망울을 닮은 손자를 '많이 많이' 낳아줬으면 한다는 머피의 소망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