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월요경제'] 골프와 테니스의 차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올해로 1백주년을 맞는 프랑스 도로일주 사이클 경주 '투르 드 프랑스'에선 한 편의 드라마가 연출됐다.
주인공은 만년 2인자인 얀 울리히(독일ㆍ29)와 암을 극복하고 5연패에 도전한 랜스 암스트롱(미국ㆍ31).
지난 22일 15구간 레이스 도중, 선두인 암스트롱이 넘어졌다.
종합기록에서 불과 15초차 2위였던 울리히로선 선두로 치고나갈 호기였다.
그러나 그는 멈춰섰다.
경쟁자가 일어나 다시 달릴 때까지.
그 순간 울리히에겐 우승의 명예보다 2년 전 자신이 넘어지자 속도를 줄여준 암스트롱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는게 더 중요했다.
요즘 경제가 어려운 이유로 흔히 투자ㆍ소비심리 위축과 과도한 자기몫 찾기가 꼽힌다.
모두 마음의 병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꿔 말하면 '기업하려는 마음' '돈 쓰려는 마음'은 떠나 있고 '나눠달라는 마음'만 앞서 있다는 얘기다.
이번 주에는 마음의 병이 우리경제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확인해볼 만한 지표들이 많다.
6월 산업활동동향(29일), 7월 소비자물가(31일), 7월 수출입실적(8월1일)이 예정돼 있다.
생산 소비 투자 부진속에 디플레이션 걱정도 가시지 않아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봐야겠다.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총동원하고도 기업인들의 '기업하려는 마음'을 다잡지 못해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정부도 기업가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수도권 공장증설, 법인세 인하 등도 전향적으로 검토하자는 분위기다.
그러나 마음이란 먼저 주지 않고는 얻기 어려운 법이다.
그런 점에서 8월1,2일에 열리는 2차 국정토론회가 주목된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다.
주말에 휴가를 떠났던 장관들도 이 행사에 맞춰 전원 복귀한다.
1차 토론회(3월초)에선 행정ㆍ시장ㆍ언론개혁이 화두였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의 국정환경은 크게 달라져 있다.
장관들의 토론회가 시정의 토론과 같을 수는 없다.
장관들이 소관 부처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이상한 버릇을 없애지 못한다면 생산적인 토론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러지 않아도 이익집단들의 반발에 밀려 국정이 표류한다는 말을 듣는 상황이다.
장관들이 집단이익을 위한 대변자가 되어서야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이번 주에는 전경련ㆍ중소기협 하계포럼(29일∼8월1일)도 열린다.
여기에는 김진표 부총리 등 정부측 고위인사들도 참석한다.
정부와 기업이 풍광 좋은 제주도에서 허심탄회한 토론 기회를 갖기 바란다.
요즘 경제를 골프와 테니스에 빗댄 이야기가 회자된다.
테니스는 상대를 죽여야 이기지만 골프는 자신을 죽여야 이긴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경제주체들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일까.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