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평화와 번영 정책이 초반부터 시련을 겪고 있다. 북한 핵 문제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커다란 걸림돌로 등장하고 있는가 하면 침체된 소비와 투자,한국 경제의 구조적 경직성,그리고 극심한 노사 분규가 번영의 기본 구상을 뒤흔들고 있다. 더욱 문제시 되는 것은 북핵 위기가 한국 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북핵위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과도한 공황심리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 공격과 그에 따른 한반도 분쟁의 확전은 한국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정밀타격이든 대규모 공세이든 군사행동은 '한강의 기적'을 일순간에 파괴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가 전혀 사실무근은 아니다. 부시행정부는 대량 살상무기 확산국과 국제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선제 공격을 새로운 전략강령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의 우발적 분쟁 확산에 대비해 대북 군사행동 지침을 구체화시킨 미 국방성의 작전계획 5030과 북한이 군사도발시 북한체제를 초토화시키겠다는 미 합참의장 리차드 마이어스의 미 의회 증언 등은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직·간접적으로 예시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선제 공격에 따른 한반도 파국 시나리오는 그 현실성이 극히 희박하다. 무엇보다 군사행동의 명분이 약하다. 비록 벼랑 끝 외교라는 악수를 두고 있긴 하지만,북한은 지속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현안의 타결을 희망하고 있다. 미국이 이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군사행동이란 최악의 선택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미국이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 모두가 반대하는 전쟁을 혼자서 치를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세계 제5위의 북한 군사력,전 국토의 요새화,그리고 휴전선에 전진 배치된 비대칭 전력 등 북한의 군사 자산을 감안할 때 미국의 단기 승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설령 미국이 승전한다 하더라도 전쟁과 전후 복구 비용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시 행정부가 또 다른 전쟁을 치르기에는 국내 정치적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이 무모한 군사도발을 하지 않는 한 전쟁이란 파국의 개연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적대적 무관심 전략에 의한 고강도 긴장의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부시 행정부의 일부 강경파들은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체제 존속을 위해서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김정일 체제의 붕괴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을 강도 높게 고립,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량 살상무기 확산방지 안보구상(PSI)에 따른 선택적 해상 차단 및 봉쇄 움직임과 경수로 사업 중단 등은 이러한 공세적 압박 전술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체제 내구성으로 보아 압박전술이 북한의 체제변화를 단기간에 가져올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핵 문제가 장기화 될 공산이 크다. 그럴 경우,한국의 신용이 하향 평가되면서 외국인 투자의 급격한 감소 등 한국 경제가 단기 악재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파키스탄 사례에서 보듯,중장기적으로는 북핵 위협이 일상화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파급효과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40년동안 북한의 군사 위협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가 활성화되고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이 이루어져 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고강도 군사긴장은 쉽게 우발적 확전으로 비화될 수 도 있기 때문에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사태의 해결만이 한국 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고무적 징후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의 적극적 개입,부시 행정부의 대화 의지 표명,그리고 북한의 다자회담 수용 의사 시사 등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북핵사태에 대한 지나친 기우는 금물이다. 기업인들은 비관론의 포로가 되어서는 안된다.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는 스피노자의 경구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북핵 사태가 한국 경제에 주는 불확실성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cimoon@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