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은 정부의 잇단 경기 부양 조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경기가 'L자형 장기불황'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소기업과 유통업계에서는 지금의 경기상황이 98년 외환위기 때만큼 나쁘며,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10명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유통업계 최고경영자(CEO)와 국책ㆍ민간연구소장을 대상으로 최근 경기상황을 진단한 결과 상당수 CEO와 연구소장들은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하며 연말까지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업인들은 조속한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단지 돈을 풀고 금리와 세금을 내리는 것보다도 노사관계 안정과 규제 철폐 등 '기업할 의욕'을 북돋워 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하원만 현대백화점 사장은 "정부는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9월 이후 소비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장에서 본 소비심리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고, 중소 제조업체인 비엠금속의 서병문 대표는 "과도한 노동비용 등으로 동종 기업들이 잇달아 문을 닫는 등 중소기업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사회 전반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와 노동문제, 북핵문제 등이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경기가 더 내려가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지금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분위기가 중요한데 최근 발표된 부양책만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기는 어렵다"며 "정부는 생산력 증대에 정책우선순위를 두면서 금융회사들의 기업대출 기피 관행도 해소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인터뷰에는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이윤우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서병문 비엠금속 대표 △조영승 삼성문화인쇄 대표 △구학서 신세계 사장 △하원만 현대백화점 사장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장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상 무순)이 응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