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1:22
수정2006.04.04 01:26
지방자치제도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폐해 또한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선거로 선출되는 단체장들은 임기가 보장돼 독단적인 행정을 펴거나 비리를 저질러도 이를 제어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그래서 선진 여러나라에서는 주민소환제(Recall)를 도입해 단체장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곤 한다.
미국에서는 18개 주 및 절반이 넘는 시와 카운티 등 지방자치단체가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독일은 바이마르공화국 시절에 주민소환을 인정했었다.
일본의 경우는 단체장의 해직청구는 물론 지방의회의 해산,의원의 해직청구 등을 할 수 있도록 주민소환을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에 대한 주민 소환투표가 확정되면서 주민소환제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중도하차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낙마가 확실시되는 듯하다.
미 역사상 주지사가 불명예 퇴진한 경우는 1921년 노스 다코다 주지사가 처음이었다.
주지사에 대한 불신임투표의 직접적인 원인은 주정부의 재정파탄 때문이라고 하는데 주당국은 극도의 재정위기에 빠져있고 공무원들의 봉급도 동결됐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두고 주민소환제에 대한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얼마전 "캘리포니아가 도입한 직접민주주의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분석하며 "재산세를 대폭 낮추고 세금 신설을 규제하는 '주민발의법 13호'가 세수를 떨어뜨려 재정악화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 2기 시절 단체장들이 대거 비리에 연루되면서 주민소환제가 논의됐었다.
러브호텔을 둘러싼 고양시장 소환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법 제도상의 한계에 부딪쳐 어렵게 되자 지방세 납세거부라는 불복종운동으로 대항하기도 했다.
단체장을 주민들이 심판할 수 있는 소환제의 도입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단체장의 책임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고려해 볼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지자체의 역사가 짧아 무분별하게 주민소환제가 남발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적잖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