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토종박사'가 국제기구의 정규 직원으로 처음 진출한다. 아직 앳된 표정이 가시지 않은 20대 여성인 이현정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 연구교수(28)가 그 주인공. 이 박사는 오는 9월부터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신임 연구원(Young Economist)으로 일하게 된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국내 박사도 경쟁력을 갖춰 놓으면 국제무대에 진출할 수 있다고 믿고 꿈과 희망을 갖고 노력해 왔습니다." 이 박사는 지도교수였다가 올 2월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 김태유 교수의 "미리미리 준비해 국제기구로 진출하라"는 격려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충북과학고를 2년만에 수료한 이 박사는 지난 9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다. 97년3월에는 방향을 바꿔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에 입학했고,2년만에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그가 연구한 부분은 생산성 및 효율성 분석.박사학위도 프로젝트·벤처 등의 기술이전에 관한 내용이다. "'엔지니어링 경제학' 혹은 '테크노 경제학'이라고 합니다.기술이전 가치평가 같은 분야가 연구대상이지요." 그는 ADB의 주요 업무가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 대한 경제원조와 기술이전 등이어서 자신의 전공을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박사는 서울대에 유학 온 동남아 각국의 공무원들과 교류하면서부터 기술지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아시아의 저개발국은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고,특히 기술은 후진국으로 효율적으로 이전돼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일찌감치 국제기구 근무를 꿈꿔온 그는 2002년 1월부터 6개월간 미 위스콘신대로 연수를 갔다. 이때 출국하면서 애틀랜타에서 열린 '경제학분야 구직박람회'에 먼저 들렀고,인터뷰를 거쳐 ADB 취업이 결정됐다. 그는 ADB 취업과정을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 했다. 최근 이공계 인력의 푸대접과 이공계살리기 캠페인에 대해 이 박사는 "수요·공급의 정책을 잘 펼쳤어야 했는데,한동안 이공계 대학 정원을 마구 늘려온 공급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공학과 경제·경영을 접목한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에 대해서도 열의를 가지고 소개했다. 글=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