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사태 이후 은행권에 몰렸던 단기 부동자금이 투신권으로 환류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채권시장의 불안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데다 최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이후 은행들이 단기 수신금리를 잇따라 내린데 따른 현상이다. ◆ 은행권서 투신권으로 자금 이동조짐 한국투신협회에 따르면 전체 MMF(머니마켓펀드) 잔고는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4.0→3.75%)한 지난 10일 39조7백40억원이었으나 24일 현재 43조7천80억원으로 2주일 만에 4조6천3백40억원 늘었다. MMF는 지난 3월10일 올들어 최고치인 62조80억원까지 증가했다가 SK글로벌 분식회계와 카드채 문제가 터지면서 환매가 잇따라 4월 말에는 34조8천9백여억원으로 급감했었다. MMF와 달리 은행들의 MMDA(수시입출금식 예금) 잔고는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금리를 내린 국민은행의 경우 인하 직전 9조9천7백79억원이던 MMDA 잔고가 25일 현재 9조6천78억원으로 1주일 만에 3천7백1억원이나 감소했다. 하나은행의 MMDA 잔고도 금리인하 직전인 지난 16일 5조6천3백82억원에서 25일 현재 5조5천7백12억원으로 6백70억원 줄어들었다. ◆ 자금이동 요인 은행들은 한은의 콜금리 인하조치 이후 MMDA와 3개월 미만 정기예금 등 단기 수신상품 금리를 집중적으로 인하했다. 가장 먼저 우리은행이 지난 11일 3개월 미만 정기예금 금리를 0.15∼0.25%포인트 내렸고 한미은행은 15일부터 MMDA 금리를 0.17%포인트 인하했다. 국민은행은 1억원 이상 개인에 적용하는 금리를 종전의 연 3.5%에서 3.4%로, 1∼3개월 미만의 정기예금 금리를 기존 3.5%에서 3.4%로 각각 0.1%포인트 낮췄다. 신한은행과 제일은행도 28일부터 1∼6개월짜리 정기예금과 환매조건부채권(RP) 표지어음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 수신금리를 0.1∼0.5%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 MMDA 금리는 현재 연 1.0∼2.5%(3천만원 예치기준)까지 떨어졌다. 고객이 3천만원을 연리 2%짜리 MMDA에 한 달간 넣어둘 경우 이자소득세(16.5%)를 제외한 금액은 4만1천7백50원에 불과하다. 1개월짜리 정기예금 금리도 계속 떨어져 현재 연 3%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상언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현재 은행권의 단기 수신금리가 워낙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다소 리스크는 있더라도 MMF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짧더라도 일정기간을 정해 단기 회전식 정기예금 등에 가입하는게 안정적으로 돈을 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