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과 한국HP가 국내 SI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 업체에서 벗어나 IT컨설팅과 서비스 등 SI업체들의 영업영역까지 파고드는 상황이다. 최근 대규모 생명보험사의 프로젝트에서는 국내 SI업체와 한국IBM이 막판까지 수주경쟁을 벌였다. 한국IBM과 한국HP로선 SI업체가 고객회사다. 삼성SDS 등 SI업체에 프로젝트에 필요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IBM과 한국HP가 IT서비스 사업을 강화하면서 SI업체와 협력과 동시에 경쟁하는 '코피티션(Co-opetition)'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실제로 한국IBM은 은행권 SI프로젝트를 장악해 왔다. 메인프레임이라는 기업용 대형 컴퓨터를 내세워 금융권의 SI시장에서 아성을 쌓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은행에 e비즈니스 온 디맨드 기반의 방카슈랑스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금융권뿐 아니라 제조업체인 삼양사의 전사적 영업업무 자동화 시스템을 수주했고 삼성제일병원에 PDA를 이용한 모바일 진료시스템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증권예탁원 전산센터 이전과 설비구축 서비스, SBS의 뉴스제작 전과정 디지털화 공동 추진, 국민투신운용의 비즈니스 연속성 서비스 도입 계약, 대우종합기계의 PLM 프로젝트, 한글라스의 ERP 호스팅서비스 등 IT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HP도 최근 교육정보서비스 기업인 대교의 ERP 구축사업을 따냈다. HP의 슈퍼돔 서버뿐 아니라 각종 소프트웨어는 물론 3백65일 정지되지 않도록 가동하는 무정지 서비스도 제공한다. 게다가 디지털카메라 1위 업체인 올림푸스한국에도 ERP 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해 주는 아웃소싱 서비스까지 제공키로 했다. 한국HP는 IT서비스 매출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약 20%이며, 이중 SI로 분류될 수 있는 프로젝트 매출이 30%라고 밝혔다. 전체 매출액의 6% 가량이 국내 SI업체의 시장영역인 셈이다. 국내 대형 SI업체들이 대부분 그룹 계열사로부터 수주받은 물량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IBM과 HP의 시장 잠식은 위협적인 것이다. 그룹 계열사 물량을 제외한 외부 프로젝트만 따진다면 IBM이나 HP의 시장 잠식이 영업전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 SI업체 대표는 "국내 SI업체들끼리 금융권이나 공공 국방 프로젝트에서 수주경쟁을 하고 있지만 정작 경계해야 상대는 IBM이나 HP"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파트너사나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 방침에 따라 프로젝트 수주 영업 등을 하지 않고 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