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허브로' 가자] (좌담회) "한국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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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이라는 캐치플레이즈를 내건지 5개월이 지났다.
한국경제신문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5개월을 돌아보고 향후 추진방향과 과제를 점검해 보기 위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동북아 경제중심,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은 한국의 생존전략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한국만이 가진 경쟁력 포인트를 찾아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공항 항만 등 하드웨어 인프라만으로는 부족하고 법과 원칙에 기반한 건강한 노사관계, 각종 규제완화 등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 참석자 ]
배순훈 <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장 >
안상수 < 인천광역시장 >
안충영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사회) >
현명관 <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 ( 가나다 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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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충영 원장 (사회) =참여정부의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이라는 슬로건은 중국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과 일본의 가운데라는 입지 조건을 적극적으로 상품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초기부터 동북아 경제중심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개념상 혼란이 있었다.
△ 배순훈 위원장 =경제중심이라는 것은 외국인들이 몰려들어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동북아 지역에서 경제중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정도는 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누가 무엇을 해야 그것이 달성될 수 있는 지가 아직 불명확한 것은 사실이다.
△ 현명관 부회장 =동북아 경제중심은 한국의 생존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시작됐다.
특히 중국의 추격이 위협적인 상황에서의 생존전략이다.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발전단계에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의 중간이다.
이런 점을 활용해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자는 것인데 이는 결국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얘기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전략적으로 우선 순위를 정해서 실천해야 한다.
△ 안 원장 =중국 상하이를 비롯한 여러 도시들이 동북아 허브(hub)를 표방하고 있다.
동북아 경제중심과 관련된 인천의 발전전략과 정부의 추진전략이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 같은데.
△ 안상수 시장 =인천은 공항과 항만을 갖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물동량 측면에서 세계 4위다.
2008년엔 이것이 두배로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세계 톱 수준이 된다.
중국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미국 유럽 등지로 나가는 수출물량의 많은 양이 인천을 경유하고 있다.
이같은 인천의 강점을 살리기 위한 배후시설로 주거·업무지역을 만들 계획이다.
이것이 완성되면 물류중심을 시작으로 연구개발(R&D) 중심과 비즈니스 중심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 현 부회장 =하드웨어 측면에서 인천은 경제중심이 될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준비돼 있느냐는 점이다.
공항 항만 등 하드웨어 인프라를 보고 들어온 외국인들이 노사문제, 각종 규제 등을 이겨내면서까지 비즈니스를 하려고 들지 의문이다.
△ 배 위원장 =외국기업이 중요시하는 포인트는 인력과 시장이다.
외국기업을 유치하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고급 인력이 있어야 한다.
시장은 반드시 한국이어야만 하는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 현 부회장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번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경제인들에게 "중국이 한국에 비해 인건비와 땅값이 싸지만 그래도 한국에 들어오는 일본 기업이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한마디로 '차별화'이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 안 원장 =기술능력에 따른 산업의 분업화를 통한 제조업 중심, 물류 중심, 금융 중심, R&D 중심 등 동북아 경제중심의 여러가지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 같은데.
△ 안 시장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2008년 올림픽을 연다.
외국기업들은 대부분 그 시기에 초점을 맞춰서 투자하고 있다.
우리도 외국기업들에 투자 스케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경제중심 모델 가운데 물류 중심과 관련해선 네덜란드의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
네덜란드엔 '시&에어포트', 즉 항만과 공항을 연계시킨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1천여개나 있다고 한다.
△ 배 위원장 =물류는 경제활동의 핵심이다.
하지만 물류 중심을 먼저 추진하고 다른 중심을 나중에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물류 금융 제조업 R&D 등 여러가지 중심을 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현 부회장 =맞다.
여러가지 중심을 동시에 추진하되 지역특화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천 부산은 물류, 서울은 금융, 제주는 관광 등으로 특화할 수 있다.
△ 배 위원장 =역시 차별화가 중요한 이슈이다.
특히 외국인들이 차별화됐다고 인정해 줘야 한다.
각 지방에서 여러가지를 내세우고 있는데 차별화된 것을 찾기 어렵다.
진짜 경쟁력은 차별화가 가능하냐에 달려 있다.
△ 현 부회장 =과거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고속성장할 때 일본은 한국의 성장산업에 발맞춰서 부품소재산업을 발달시켜 시장을 확보했다.
이는 우리가 중국의 고도성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당분간 중국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면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 안 원장 =양봉이 잘 되려면 과수원에 꽃이 많아야 한다.
과수원(동북아 경제중심)을 만들겠다고 했으니 어떻게 꽃을 피울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 배 위원장 =외국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이려면 외국기업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사회전체가 이 포인트를 찾아내고 부각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희생하는 계층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 현 부회장 =동북아 경제중심에 대한 전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경제중심을 건설하기 위해선 국내ㆍ외 기업들의 투자가 필수조건이다.
이같은 투자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 한쪽에선 법인세율을 낮추겠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출자총액제한 기업지배구조문제 등을 들고 나오고 있다.
이렇게 하면 투자는 어렵다.
우선 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 안 시장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기업인들이 투자에 나서도록 격발시킬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 배 위원장 =정치인 기업인 노조 등 모든 분야가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각 분야의 리더들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 현 부회장 =그런 공감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너무 어둡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국민경제교육 같은 것을 통해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 안 원장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위험요인이 북한문제다.
이 문제는 우리의 대외신인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배 위원장 =북한문제를 풀 때는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
남한이 경제적으로 먼저 살아남아야 하고 그런 다음 북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남한의 경제력이 신장될수록 북한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된다.
△ 안 원장 =앞으로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 경제적인 연관관계를 더욱 심화시켜야 한다.
그렇게 되면 주변국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한반도의 안정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 배 위원장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보면 미국은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에 생산기지를 이미 구축했다.
중국이 계속해서 미국에 수출하는게 미국은 부담스럽다.
미국의 기술이 중국으로 곧 바로 이전되기도 어렵다.
우리를 거쳐야 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각국간 협력체제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 안 시장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 할수록 정치적인 몫을 차지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서방과의 긴장관계가 나타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서방기업들이 모든 거점을 중국에 두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그래서 교두보가 필요할 것이고 우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 안 원장 =우리는 지난 30년동안 동아시아의 기적이라고 불리면서 고도성장을 해왔다.
동북아 지역에서 새롭게 경제지도가 바뀌고 있다.
동북아 경제중심은 탈미차원이 아니고 미국과의 관계를 지렛대로 활용해서 추진해야 한다.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