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잘되는 상권 나눠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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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개점한 신세계이마트 안산 고잔점 사무실 벽엔 '경쟁점 제압의 기수'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아직도 붙어 있다.
'경쟁점'이란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홈플러스 안산점.
지난해 홈플러스 21개 점포 중 매출 1등을 차지한 곳이다.
홈플러스 안산점은 '텃밭'을 지키기 위해 최근 주차장 확장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가 끝나는 10월께면 주차능력이 1천대에서 1천4백53대로 늘어나게 된다.
대형 할인점들이 경쟁사 텃밭을 전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전형적인 '상권 나눠먹기식' 출점으로 업계에선 신규 점포를 '저격수'라고도 부른다.
할인점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 들고 점포 부지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면서 나타난 신풍속이다.
상대 텃밭 공략은 점포 확장에 적극적인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주도하고 있다.
이마트는 안산 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도 경쟁점 코 앞에다 새 점포를 내기로 했다.
지난 5월 폐점한 까르푸 사상점을 임대,올해 안에 간판을 이마트로 바꿔달기로 한 것.
이 점포는 홈플러스 서부산점과 나란히 붙어 있어 사활을 건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역 상권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마트가 새로 진출해도 충분히 경쟁할 만한 곳"이라며 "매장(까르푸 사상점)을 새롭게 단장해 최근 개점한 문현점 같은 최신형 점포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일부 상권에서 텃밭을 잠식당하자 이마트나 롯데마트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 침입하는 등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의정부점이 대표적이다.
홈플러스는 2000년 말 이후 롯데마트 의정부점이 독식해온 상권에 대형 점포를 출점,무풍지대였던 이 지역을 가격과 서비스 격전지로 바꿔놓았다.
이에 롯데마트는 지난달 중순부터 판촉비를 대거 투입하면서 '전략점포'를 지키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홈플러스는 오는 10월에 서울 금천구 독산동 코카콜라 부지에도 새 점포를 연다.
이에 따라 연말께부터는 이 지역에 터를 잡고 있는 롯데마트 금천점(1백m 거리)이나 까르푸 금천점(1km 거리)과 사활을 건 한판승부가 불가피해졌다.
홈플러스는 올해 초 이마트 부평점과 부천역사점 중간지역에 상동점을 연데 이어 최근에는 부천역사점 인근에 출점 부지를 또다시 매입했다.
여기에 들어설 홈플러스 점포는 1천8백여평 규모로 할인점과 SSM(수퍼수퍼마켓)의 중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할인점들의 경쟁사 텃밭 공략에 대해 유통업계에서는 "시장이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주곡"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할인점 관계자는 "상대의 텃밭을 공략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전국에 걸쳐 경쟁이 불붙고 있다"며 "경쟁에서 탈락한 부실 점포는 자칫 회사의 골칫거리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