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이사회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배타적 협상자로 미국계 론스타 펀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구조조정 전문 펀드인 론스타는 코메르츠방크,수출입은행,한국은행 등 기존 대주주 지분 일부와 향후 외환은행이 발행할 신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환은행을 비롯 환란과정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민영화는 은행산업 발전이나 통상마찰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우리는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의 배타적 협상자가 왜 하필이면 외국계 펀드,그것도 은행경영보다는 단기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제일은행을 불과 5천억원에 외국계 펀드에 넘겨 엄청난 대가를 치렀던 뼈아픈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공적자금을 17조원이나 삼킨 제일은행이 우리나라 은행산업 발전에 과연 무슨 기여를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풋백옵션이라는 백지수표에 끌려다니면서 온갖 특혜를 주었더니 정작 필요한 기업금융은 외면하면서 높은 수수료에다 스톡옵션이나 남발한 은행이라는 기억 밖에 없다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타 은행이 본받을 선진금융 기법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제일은행의 현주소다. 정책당국자들은 론스타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선정했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자기 합리화를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내국인에게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분리라는 미명하에 동일인 지분한도를 사실상 4%로 묶고 있는 역차별의 필연적 결과라고 봐야 한다. 이처럼 내국인에게는 인수 자체가 봉쇄된 가운데 주요 은행이 외국계,그것도 펀드에 계속 넘어간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해서는 외국계 펀드들에 차익을 안겨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될 수 있겠는지 정책당국자들은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민영화에 있어 내외국인간 역차별은 매각가격을 떨어뜨려 공적자금 회수에도 불리할 뿐 아니라 은행산업을 송두리째 외국인에게 내주는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 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화되는 것은 감독강화로 막아야지 이를 지분한도 제한으로 풀 일은 아니다. 제일은행에 이어 외환은행까지 외국계 펀드에 넘기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