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상하이 쇼크'가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상하이 방문 이후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데,이공계 출신이 주축인 중국지도부의 해박한 실무지식에 놀랐고,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활발한 외자유치에 놀랐으며,중국과 우리간의 기술 및 산업발전 격차가 크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수많은 기업인과 경제전문가들이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에 따른 '차이나 쇼크'를 귀가 따갑도록 이야기해 왔다. 대비책을 만들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경고도 줄을 이었지만 반향(反響) 없는 공허한 외침에 그쳤다. '상하이 쇼크'라는 신조어에는 바깥세계의 변화에 둔감하고 국내문제에만 매달려온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담긴 것은 아닐까. 이번 방중 성과는 무엇보다 지금과 같이 계속 미적거리다가는 중국에 추월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우리 정부가 갖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세대간의 반목,지역간의 대립,노사갈등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사이 13억 인구대국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과거 우리는 '잘살아 보세''수출만이 살길이다' 등과 같은 명확한 목표와 추진전략을 전 국민이 공유하고 근로자 기업가 정부가 하나로 뭉쳐 경제성장에 매진했다. 명확한 목표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그리고 해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결합돼 60년대 세계 최빈국에서 오늘날 국민소득 1만달러의 세계 13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세계화 정보화 중국의 추격이라는 거센 파고를 헤치고 선진국 진입이 가능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 제 몫 찾기에만 몰두해 미래를 준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데는 등한한 것은 아닐까. 우리는 무모하다는 내외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전후부터 조선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에 투자해 경쟁력을 키운 결과 그나마 오늘날 그 과실을 누리고 있다. 우리가 그 때 만약 섬유 신발 합판 등에 만족해 먼 앞날을 내다보고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우리 경제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지금은 과거처럼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가 아니다. 하지만 투자분위기를 조성하고 기업인을 격려하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정부의 몫이다. 세계 유수 기업들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고 자본과 선진기술,첨단경영기법 등을 받아들이는 제도와 여건을 갖추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아울러 정부정책의 불투명성을 제거해 기업이 먼 앞을 내다보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도 있어야겠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의 하나로 제시한 '동북아경제중심' 건설은 상품수출을 통한 성장방식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 물류 금융 관광 IT 등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북아경제중심' 건설은 아직까지 구호만 있고 구체적인 추진계획이나 실천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수동적이고,7월에 추진하기로 했던 '경제특구'도 노조 등의 반발을 의식한 때문인지 슬그머니 연기됐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자동차 반도체 등 우리의 핵심 산업에서조차 중국과 기술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5년 내외라고 한다. 그동안 한·중간 수출경합이 점차 치열해져 1백대 수출품의 중복은 96년 15개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29개로 확대됐으며 미국 일본 등 주요 수출시장 점유율도 중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정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목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국민소득은 95년 1만달러를 돌파한 채 8년간이나 정체돼 있다. 마의 1만달러 벽을 넘기 위해서는 국정의 최우선순위를 경제성장에 두고 정부와 기업인 근로자 모두가 합심해 노력하는 길 이외에 다른 방안은 있을 수 없다. 최근 구체화되고 있는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라는 선명한 목표를 정한 만큼 이를 향해 매진하는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상하이 쇼크'가 '차이나 쇼크'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