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景氣 여전히 '깊은잠' ‥ 지표는 좋게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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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수출이 꾸준히 늘어났는 데도 내수 경기는 내리막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 증가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끊긴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올 상반기 수출(6월20일까지)은 8백9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 늘어났고 경상수지도 상반기중 8억5천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그러나 내수시장 판매(도ㆍ소매)는 지난 1ㆍ4분기 0.2% 줄어든데 이어 2ㆍ4분기에는 3.7% 감소했다.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이 내수시장을 살찌우기는커녕 오히려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 수출 증가로 경기 지탱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6월중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늘었다.
출하량도 8.1% 증가했다.
외견상 종합경기는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겨보면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6월중 수출용 생산자 제품 출하는 17.8% 늘어났으나 소매는 이 기간중 5.2% 감소했다.
수출경기가 내수시장을 전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분기별로 보면 수출과 내수간 괴리의 깊은 골이 보다 뚜렷이 드러난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수출용 제품 출하 증가율과 산업생산 증가율간에 거의 차이가 없었으나 올 1ㆍ4분기 들어 격차가 0.8%포인트로 늘어났고 2ㆍ4분기엔 7.1%포인트로 확대됐다.
수출은 계속 증가하는 반면 내수판매는 위축됐기 때문이다.
김민경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6월 월드컵 경기 시청과 자동차 분규로 산업생산이 상대적으로 저조했기 때문에 올해 반등폭이 컸다"며 "소비는 여전히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 내수업종 극심한 침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1천5백개 회원사의 6월중 평균 공장가동률이 68.3%로 전년 동월보다 6.4%포인트 하락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통계청이 조사한 전체 제조업 평균가동률(76.8%)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불과 1년 전에는 중소제조업체 가동률이 74.7%로 통계청이 발표하는 평균가동률(75.2%)보다 0.5%포인트 낮은데 불과했었다.
중소기업들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들은 내수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대표적 내수업종인 출판ㆍ인쇄ㆍ기록매체복제업 가동률은 62.6%에 그쳤다.
가죽ㆍ가방ㆍ신발(64.3%)과 섬유제품(65.9%)도 낮았다.
소기업(66.1%)과 경공업(66.3%)의 평균가동률은 8개월 연속 70%를 밑돌았다.
내수형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 국제수지 개선효과 장기적으로 반영될 듯
6월 중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흑자에 힘입어 17억6천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5월보다 흑자폭이 5억8천만달러 늘었다.
국제수지가 흑자가 나면 국내에서 쓸 수 있는 돈이 증가하기 때문에 경기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카드채, 신용불량자 문제 등이 해소되지 않아 소비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이인호 무역연구소(무역협회 부설) 연구조정실장은 "수출에서 번 돈으로 국내투자와 소비가 늘어 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수출경기와 내수시장의 양극화는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강호인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도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였다"며 "내수시장에 종사하는 기업과 종업원이 더 많아 체감경기가 당장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