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해딩(당) 언어를 잘 읽고,쓰고,이해하지 못 하거나,도형이나,항공사가 명시하는 언어로 하는 승무왼(원)의 구두 명령을 잘 이해하지 못 하는데 출구가 있는 줄의 좌석에 앉게 되면 승무워(원)에게 말씀하셔서 좌석을 교체 받으시기 바람(랍)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컨퍼런스를 취재하고 귀국하는 길에 오른 비행기(유나이티드항공 807편).우연히 안전수칙을 담은 다국어 책자를 펼쳐보곤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여서 영어 일어 프랑스어와 나란히 한국어 설명이 있었다. 하지만 맞춤법이 너무나 엉망이었다. 게다가 내용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영어로 된 문장을 읽고 나서야 기내 승무원이 사용하는 언어로 소통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긴급상황 발생시 다른 승객들이 대피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비상구가 없는 쪽 좌석으로 옮겨앉을 것을 당부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한국어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면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내엔 한국말이 서툴긴 하지만 재미교포로 보이는 승무원도 있었다. 그런데도 승객의 귀중한 목숨과 직결되는 비상대피 요령을 적는데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엉망인 그대로다. 마침 옆좌석에 앉아있던 한국인 승객도 "그 안전수칙 정말 엉터리죠?"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얼마 전 미국으로 여행가던 길에 공항에 근무하는 유나이티드항공 승무원에게 잘못된 부분을 지적했지만 '그건 내 소관이 아니니 따질 게 있으면 본사로 직접 하라'고 했다"며 그날의 불쾌감을 되뇌었다. 세계 2위의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해 말 파산보호 신청을 할 만큼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말 현재 매출액 대비 부채비율이 2백%가 넘는다. '9·11테러'로 큰 타격을 입었다지만 방만한 경영,과도한 인건비 등 내부문제가 더 크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맞춤법도 안맞는 안내책자를 버젓이 비치하고서도 고객의 충고까지 무시하는 승무원들의 자세가 유나이티드항공의 날개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졌다. 고성연 산업부 IT팀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