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쟁반 속 예술작품 .. 최금주 <화이버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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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fibertec.co.kr
대중가수와 함께 노래한 성악가에 대해 순수음악 쪽에서 '현실과의 야합'이라며 비난했던 적이 있다.
요즘엔 많이 나아졌지만 이 같은 의식은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미술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 회사에선 각종 제품에 세잔 클림트 고갱 고흐 클레 등 서양작가의 그림을 사용한다.
미술작품을 쟁반이라는 생활용품에 접목하자고 마음먹었을땐 우리나라 작가의 그림을 넣고 싶었다.
특히 외국인에게도 많이 알려진 이중섭의 '황소'를 써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림이 주는 동양적인 느낌과 이중섭이라는 화가의 신비함,1958년 전에 작고해 저작권 시효가 지났다는 점 등 여러가지로 매력적이었다.
작품을 소장한 H대 박물관으로 찾아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대표할 관광상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도를 설명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저작권 시효는 지났지만 소장권에 따른 기부금을 지불하도록 요구하는 바람에 결국 사용하지 못했다.
그 대신 화랑을 경영하는 지인의 소개로 서양화가 박창돈 선생의 '오리소녀''마공의 휴일''소녀의 꿈'을 쓰게 됐다.
예술작품과 일상용품의 만남을 흔쾌히 수락,선각자로서의 역할을 해주신 것이다.
그후 여러 시도 끝에 박수근 화백의 '노상''춘일' 등을 사용하면서 국내 미술가의 그림을 좀더 많이 활용하길 원했다.
국민들에게 뛰어난 미술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쟁반에 내 작품을 넣느냐'라는 순수미술 분야의 고정관념이다.
그러나 예술작품을 잘 활용할 경우 중소기업의 디자인 경쟁력은 급속히 향상될 수 있는 만큼 작가들에게 작품으로 애국할 수 있는 명분을 드렸으면 싶다.
국내 제조업에서 미술작품을 이용할 때나 그 물건을 국내외시장에 알릴 때 원작자인 화가들이 명예롭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국책사업을 기획하면 어떨까.
물론 지식재산권 보호가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작품사용 저작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정부에서 저작권료를 지원해주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중소 제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몇 억원의 자금융자 지원보다 국가 주도의 디자인 개발사업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디자인 경쟁력을 높일 경우 국내 제조업이 유럽을 능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