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관세음보살,관세음보살…." 한국 불교의 3대 종단인 천태종의 총본산 충북 단양 구인사가 들썩들썩한다. 지난 29일 밤부터 시작된 '재가 신도 하안거(夏安居)'에 참여한 신자들의 관음기도 소리 때문이다. 하안거란 스님들이 무더위와 강추위를 피해 여름과 겨울에 석 달씩 한 곳에 모여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것이지만 천태종의 경우 재가 신자들에게도 한 달씩의 하안거와 동안거를 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올해 하안거에는 구인사에만 1천4백여명의 신자들이 몰렸고 전국 천태종 사찰에서 총 2만여명이 하안거에 참여하고 있다. 구인사의 경우 평소 수행대중이 6백∼7백명에 이르는데다 열흘 이내의 단기수행자까지 합치면 하안거 기간에는 3천여명에 이르는 대중이 수행하게 된다. 지난 29일 밤 10시 구인사 설법보전에서 열린 결제식에서 김도용 종정은 "기도를 열심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무심으로 기도하시고 무심으로 생활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법어를 내렸고 신자들은 용맹정진을 다짐했다. 또 전운덕 총무원장은 "탐진치(貪嗔癡) 삼독심(三毒心)과 무명번뇌에 물든 마음을 수행정진으로 닦고 정화하는 것이 안거의 뜻"이라며 쉼없는 정진을 당부했다. 이처럼 밤에 결제식을 갖는 것은 주경야선(晝耕夜禪)했던 옛 조사들의 수행정신을 이어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마음밭을 갈기 위해서다. 결제식이 끝나자 안거 참여자들은 판도암 설선당 대법당 인광당 관선당 삼보당 등의 전각으로 흩어져 본격적인 정진에 들어갔다. 좌선을 중심으로 하는 조계종과 달리 천태종의 수행법은 '관세음보살'을 염송하는 관음정근이다. '관세음보살'을 지극한 마음으로 부르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해탈하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방에 자리 잡은 신자들은 '관세음보살'을 또박또박 끊어서 부르기도 하고 한 호흡에 몇 번씩 부르기도 하면서 기도 삼매에 빠져들었다. 수면 시간도 따로 없는 용맹정진을 통해 이들이 서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부산에서 왔다는 박정순씨(59)는 "이번이 여덟번째 안거"라며 "기도를 하면 마음도 몸도 가정도 편해진다"고 했다. 구인사(단양)=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