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얼굴에는 과거와 미래에 관한 정보 및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산업적으로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얼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서둘러 축적해야 합니다." 최근 한서대 부설 '얼굴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한 조용진 한서대 교수(미술해부학 박사·53)는 "사람들은 흔히 얼굴을 표정이나 생김새 같은 감각적인 면만 보지만 과학적으로 연구하면 표정 있는 로봇이나 사이버 모델을 개발할 수 있고, 성형.치과 의료기술 발전 등 응용할 데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얼굴박사'로 잘 알려진 조 소장은 두개골 등을 분석해 인류의 이동과 문화적 특성을 밝혀내고 동일인 증명을 해 수사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원래 모든 동물은 반경 4㎞ 안에서 짝을 찾아 결혼했습니다.그러다보니 지역마다 유전자적 특성을 지닌 집단이 형성됐죠.인간의 유전자는 조상이 같으면 1만년 후의 후손에게서도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콧소리와 되바라진 소리가 나는 서도민요는 평안도 사람들의 입천장이 낮기 때문이며,소리가 깊고 어두운 전라도 창은 그 지역 사람들의 치아가 작고 입천장이 깊은 유전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미스코리아중 대구 출신이 많은 것도 같은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민족은 대륙에서 내려온 북방계와 해양을 통해 한반도에 진출한 남방계가 있는데,대구는 얼굴이 갸름하고 작은 눈을 가진 북방계와 얼굴이 둥글고 눈이 큰 남방계가 공존하는 지역이어서 유전자 배합에 따른 미인형 얼굴이 많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68년 홍익대 동양화과에 입학한 조 소장은 동양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미술해부학에 빠졌다. 이후 가톨릭의대에서 7년간 해부학을 연구한 그는 서울교대에서 동양화를 가르치면서 얼굴 연구에 매달리다 지난 3월 한서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우리 몸과 미술문화'등 10여권의 관련 서적을 펴내고, 얼굴의 굴곡을 보여주는 등고선 촬영기도 직접 만들었다. 그는 지난 30여년간 얼굴을 연구하기 위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심원상에 있는 중국 일본 태국 위그르 네덜란드 등을 두루 돌았다. 특히 유전 형질이 잘 보존된 오지를 찾아다니다 보니 고생도 많았다고 한다. 여행을 해도 관광보다는 사람들 얼굴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얼굴과 머리 모양만 보고도 조상의 이동경로와 집성촌,유전학적 특징 등을 술술 얘기해 관상보는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했다고 한다. "서양인들은 좌뇌가 발달해 언어와 수리 등에 강합니다.반면에 한국인은 감성을 지배하는 우뇌가 발달해 논리가 부족한 게 약점이죠.우리 국민들의 좌뇌를 발달시켜야 나라도 부강해진다는 말이지요." 그는 얼굴을 연구하면 우리의 오늘을 알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