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자율원칙을 견지하겠다고 선언했던 정부가 현대차 파업에 대해 강제 해결쪽으로 정책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국가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명분없는 파업에 대해선 더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이미 1조5천억원에 달하고 60여개 납품업체가 전면 조업중단위기에 놓이는 등 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이번 정부의 방침은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공권력투입과 대기업노조 파업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비판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친노성향을 보이던 참여정부의 노동정책기조의 변화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긴급조정권'이라는 강공카드가 실제로 쓰일지는 전적으로 현대차 노조에 달렸다. 노조가 여름휴가를 마친후 내달초 시작되는 임단협에서 극적인 타협을 할 경우 긴급조정권은 검토로 끝날 것이다. 그렇지않고 현대차 노조가 계속 사측을 압박하고 파업을 밀어붙이면 긴급조정권 발동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 경우 노동계의 파업투쟁은 위축될 것이지만 정부와 노동계의 긴장은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변하나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8일 대우일렉트로닉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노사가 서로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신경쓰다 모두 주저앉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 노동계의 무분별한 집단행동을 비난했다. 또 최근에는 김진표 경제부총리, 권기홍 노동장관 등도 잇따라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앞으로 노사관계제도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을 비롯한 주무장관들의 이같은 변화는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기조가 '친노(親勞)'보다는 국가경제회생에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참여정부는 더이상 노조에 끌려다니거나 인기영합주의를 쓸만큼 호기를 부릴 여유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경제가 계속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노조 손을 들어줄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노동계가 이번 정부의 방침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실제로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경우 노ㆍ정간 충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 정부의 경제위기의식 반영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키로 한 것은 무엇보다 경제가 나쁘기때문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안좋은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며 장기간 파업을 벌임으로써 국가경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들어 호조세를 보이던 승용차 수출이 현대차노조의 파업에 영향을 받아 7월중순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선 상태다. 현대차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지며 경기침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습관적으로 벌이는 현대차의 파업행위를 그대로 방치할수는 없다는 것이다. ◆ 전망 정부가 긴급조정권발동을 검토키로 했으나 실제 발동할지는 현대차 노조의 태도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단 내달 4∼5일 이틀간 노사협상을 지켜본후 발동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부의 이날 방침은 일단 최후의 카드를 보여줌으로써 노조의 강경한 입장을 꺾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노조가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이후에도 파업을 지속할 것으로 판단 될 경우 즉시 긴급조정권을 발동, 강압적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