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협상 타결] 해외채권단 결국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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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채권단이 협상을 타결지음에 따라 SK글로벌은 법정관리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동안 논의됐던 '사전정리계획안에 의한 법정관리' 방안은 자동으로 폐기되고 지난달 17일 채권금융기관 협의회가 결의했던대로 채권단 공동관리에 의한 정상화방안이 다시 추진된다.
이번 합의는 국내외 채권단과 SK글로벌 등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게임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하이닉스 대우 등 과거 대기업 워크아웃 때와는 달리 해외 채권단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동등대우 원칙을 관철시킨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SK글로벌의 운명=채권단 공동관리 체제가 계속 유지된다.
국내 채권단은 △1조1천5백28억원을 캐시바이아웃(CBO·채권할인매입)하고 △2조2천5백억원을 출자전환하며 △잔존채권의 만기를 2007년말까지 일괄연장하는 등 대대적인 채무재조정을 실시한다.
여기에다 SK㈜가 8천5백억원을 출자전환하고 이번 합의에 따라 해외채권단도 최대 8천여억원을 CBO하게 된다.
이같은 채무재조정이 이뤄지면 SK글로벌은 4조3천억원의 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나 자기자본이 3천억원가량인 정상기업으로 변신한다.
또 SK㈜와 SK텔레콤 등 SK그룹 계열사들은 '매출 몰아주기' 등을 통해 SK글로벌의 향후 5년간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차감전영업이익(EBITDA)을 매년 4천3백원 수준으로 맞춰준다.
이같은 계획이 예정대로 실현될 경우 SK글로벌은 EBITDA기준으로 국내 상장기업 중 20위권 내에 들어가는 기업이 된다.
국내 채권단은 해외채권단과 구속력 있는 합의계약이 이뤄지는대로 채무재조정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해관계자간 이해득실=국내채권단,해외채권단,SK그룹 모두에 도움이 되는 협상으로 평가된다.
우선 국내채권단은 법정관리시 예상되는 채권회수율 43.3%보다 2%포인트 가량 높은 45% 안팎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SK글로벌의 상장이 폐지될 수 있는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점도 수확 중 하나다.
SK글로벌이 상장폐지될 경우 채권단은 출자전환 주식을 처분하기가 곤란해지게 돼 난처한 입장에 있었다.
해외채권단은 법정관리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채권의 22.1%)의 두배가 넘는 43∼48%를 회수하는 성과를 얻었다.
SK글로벌과 SK그룹은 법정관리에 따른 극심한 신뢰도 위험(Reputation Risk)을 제거할 수 있었다.
◆협상 타결까지=협상팀은 지난 29일 출국 때부터 복안을 갖고 있었다.
당초 제시했던 43%를 고수하되 해외채권자들이 동의를 많이 하면 할수록 인센티브를 많이 주겠다는 것.
협상에서 이탈하는 해외채권자 수를 줄이기 위한 나름의 묘책이었다.
지난 29일 홍콩에 도착한 협상팀은 오찬회동 이후 11시께 본협상을 시작했다.
이미 해외 대표인 가이 이셔우드는 사석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종전 '1백%+알파'에서 50%대로 낮출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양쪽의 간극은 크지 않았다.
이날 오후 늦게 국내 채권단은 준비해간 복안을 제시했고 해외채권단도 동의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