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1:32
수정2006.04.04 01:37
국내외 채권단이 협상을 타결지음에 따라 SK글로벌은 법정관리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동안 논의됐던 '사전정리계획안에 의한 법정관리' 방안은 폐기되고 지난달 17일 채권금융기관 협의회가 결의했던대로 채권단 공동관리에 의한 정상화방안이 다시 추진된다.
이번 합의는 국내외 채권단과 SK글로벌 등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게임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하이닉스 대우 등 과거 대기업 워크아웃 때와는 달리 해외 채권단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동등대우 원칙을 관철시킨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SK글로벌의 운명=30일 열린 해외채권단 회의에서 잠정합의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완전한 결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잠정합의안을 미리 배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별 채권자들은 자기 기관의 공식의견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
이에 따라 해외채권단은 앞으로 2주동안 개별 금융기관별로 본점 차원의 의사결정 절차를 밟은 뒤 내달 12일 최종 동의율을 집계하기로 했다.
최종적인 협상타결 여부,해외채권자 동의율,동의율에 따른 인센티브 등은 이때 확정될 전망이다.
양측 합의안은 △해외채권자들에게 채권액의 43%를 현금으로 지급하되 △동의율이 해외채권자 전체의 95% 이상이면 5%,90∼95%면 4%,80% 이상이면 3%를 인센티브로 추가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또 △동의율이 전체적으로 95% 미만이거나△SK글로벌 해외 현지법인별로 집계한 동의율이 한 곳이라도 90% 미만일 경우 국내채권단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국내외 채권단 협상이 최종 타결될 경우 SK글로벌은 채권단 공동관리를 계속 적용받게 된다.
국내 채권단은 △1조1천5백28억원을 캐시바이아웃(CBO·채권할인매입)하고 △2조2천5백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등 대대적인 채무재조정을 실시한다.
여기에 SK㈜가 8천5백억원을 출자전환하고 이번 합의에 따라 해외채권단도 최대 8천여억원을 CBO하게 된다.
이같은 채무재조정이 이뤄지면 SK글로벌은 4조3천억원의 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나 자기자본이 3천억원 가량인 정상기업으로 변신한다.
또 SK㈜와 SK텔레콤 등 SK그룹 계열사들은 SK글로벌의 향후 5년간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차감전영업이익(EBITDA)을 매년 4천3백원 수준으로 맞춰준다.
이같은 계획이 실현될 경우 SK글로벌은 EBITDA기준으로 국내 상장기업 중 20위권 내에 들어가는 우량기업으로 거듭난다.
◆이해관계자간 득실=국내채권단은 이번 협상결과로 채권회수율을 법정관리시의 43.3%보다 다소 높일 수 있게 됐다.
또 SK글로벌의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점도 수확 중 하나다.
해외채권단은 자신들의 당초 요구에는 못미치지만 법정관리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채권의 22.1%)의 두배가 넘는 43∼48%를 회수하는 성과를 얻었다.
SK글로벌과 SK그룹은 법정관리에 따른 극심한 신뢰도 위험(Reputation Risk)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