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준씨(28)는 영화를 배달한다. 가맹사업자인 'DVD 보이(www.dvdboy.co.kr)'의 서울 양천구 점주가 그의 정확한 직함. 올해 2월 밥보다 영화를 좋아하는 적성만 믿고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 대여업에 뛰어들었다. "직장생활을 계속하느니 하루라도 빨리 내 사업을 하고 싶었다." 창업의 변이다. 3년간 다니던 인테리어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주위의 만류가 생각보다 심했다. 부모님은 노발대발 했고 여자친구는 '창피하다'며 아직까지 그와 거리를 두고 있다. 처음 몇달은 죽을 쑤다시피 했다. 첫달 본사가 통장에 입금해준 돈은 9만3천원. DVD 보이는 회원제이며 주문 배달 회수 등 전 과정이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수입(대여료)을 본사와 나눈다. 총 창업비는 1천7백만원. 가맹비 5백만원과 DVD타이틀 6백장(장당 2만원) 구입비로 들어갔다. 몇달이 지나도록 한달 수입이 50만∼70만원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했다. 뭔가 결단이 필요했다. 'DVD 대여업이 아직은 이른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폐업시 발생할 손실 규모도 몇번씩이나 헤아려 봤다. 그러나 오기가 발동했다. 무기력하게 물러나면 앞으로 다른 사업도 못할 것같은 위기의식이 들었다. 통장 잔금을 털어 추가로 투자를 했다. 회원들의 대여 성향을 감안해 DVD 타이틀 4백장을 더 주문했다.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3백만원을 들여 요란스럽게 생긴 오토바이도 샀다. 재투자를 하고 나니 각오가 새로워지고 몸도 바빠졌다. 주문을 기다리지 않고 고객을 찾아 나선 것. 1천여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간헐적으로 벌였던 '이메일 마케팅'을 양천구에 거주하는 모든 네티즌으로 확대했다. '영화 컨설턴트'로 자신을 차별화시키며 각종 영화정보 등 '립서비스'를 적극 제공했다. 차츰 단골이 늘어갔다. 그는 "'발품'을 판 만큼 전체 시장이 한눈에 들어오고 수완도 생기더라"고 귀띔한다. 거짓말처럼 수입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난 6월 1백20만원으로 늘었던 수입이 7월엔 2백만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말까지는 월수입을 3백만원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행운도 따랐다. 양천구 외에 구로구와 영등포구가 관할구역으로 떨어졌다. DVD보이 본사가 김 점주의 열성을 높이 사 2개 구역이나 더 맡긴 것이다. 1주일 평균 5백km 이상의 배달을 해야 한다. 김 점주는 "DVD 대여사업 특성도 있지만 내 사업을 하다보니 시간을 쪼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온라인 대여사업은 회원과 고객이 늘어도 노동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 가령 구역안배 등 배달 및 회수계획을 잘 짜면 영등포에 DVD타이틀 1개를 배달하나 10개를 배달하나 노동시간은 거의 비슷하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 두번째 창업을 준비중이다. 사이버대학 디지털디자인학과에 다니고 있다. 전문대에서 실내 인테리어를 전공한 그는 디지털디자인을 배워 2년 후에 종합 인테리어 사무실을 차릴 계획이다. 그렇다고 DVD 대여사업을 접을 생각은 없다. 온라인-오프라인을 결합한 DVD점포를 내거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생각이다. 지금은 무점포 점주지만 계획대로라면 30대 초에는 2개 사업체를 거느린 '진짜 사장'이 된다. 바로 이 생각에 그는 힘든 줄 모른다. DVD보이 본사 (02)501-7027.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