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파워는 불황기 때 더 빛난다.' 이는 국내 화장품 선두업체인 태평양에 꼭 들어맞는 표현이다. 올 상반기 내수 부진으로 화장품시장 규모가 작년 동기 대비 4.9%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태평양 실적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수익성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중 7백1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작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다. 이 기간 중 순이익(5백63억원) 증가율은 18.3%에 이르고 있다. 매출 증가율(2.3%)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이런 양상은 2분기에도 이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신증권 정연우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13.7% 늘어난 5백91억원,순이익은 11.9% 증가한 4백38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시장 점유율도 더 올라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28%선이던 이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올 상반기중 30%대에 이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2,3위 화장품 업체와의 점유율 차이는 2배가 훨씬 넘게 벌어진 셈이다. 정 연구원은 작년까지 4위에 머물렀던 백화점 판매부문의 경우 올 상반기 1위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화장품시장의 마이너스 성장에도 불구,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5천7백70억원으로 추정)은 작년 상반기에 비해 2.3%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태평양의 이같은 '불황기 속 성장'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실속 경영이 서로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고가 화장품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가 브랜드 제품인 '설화수'와 '헤라'의 백화점 판매는 1천1백49억원 어치에 달해 작년 동기 대비 15.5% 늘어났다. 대부분 외국 브랜드 매출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판매촉진비 증가율을 매출증가율 수준으로 낮추는 등 대대적인 비용절감 노력도 이익률을 높인 요인이다. 실적 호조세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한 이 회사 주가는 최근 연중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7월29일 현재 주가(14만4천원)는 지난 3월 저점(7만9천8백원)에 비해 80.4%나 오른 것이다. 외국인도 적극 매수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초 34%대까지 떨어졌던 외국인 지분율은 40%까지 올라갔다. 지난 7월7일부터 25일까지는 14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보는 하반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대한투자증권 정재원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폭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간 매출은 작년보다 6% 늘어나고 영업이익 증가율은 10.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