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만 1억3천만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린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의 신작 '불법의 제왕'과 '하얀집'(북@북스)이 동시에 번역 출간됐다. 변호사 출신의 그리샴은 '소환장'과 '펠리칸 브리프'와 같은 법정 스릴러로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작가다. 역동적이며 스피디한 이야기 전개,법정 세계에 대한 정확하고 치밀한 묘사,장대한 스케일 등을 통해 그는 법정 스릴러를 인기 장르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불법의 제왕'은 그리샴의 역량이 잘 드러난 신작으로 뉴욕타임스 21주 연속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작품은 기존의 법정 스릴러와는 다르다. 먼저 주인공이 선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국선변호인 사무소 출신의 주인공은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불법행위 전문 변호사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긴장이 도덕적 파탄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새로운 면이다. 작가는 쫓고 쫓기는 물리적 긴장과 압박 없이 도덕적 긴장만으로도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같은 그의 새로운 시도는 해피엔딩을 예상하는 독자들에게 전혀 새로운 결말을 제시한다. 말하자면 '불법의 제왕'은 명예와 도덕보다 부를 더 중시하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경고인 셈이다. '하얀집'(전2권)은 그리샴의 전공과목인 법정 스릴러물이 아니라 본격 문학작품이다. 그의 소설 중 변호사가 등장하지 않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출판 당시 미국에서는 이 소설의 성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대박'이었다. 독자들은 법정 스릴러에 보냈던 것과 똑같은 열광적 반응을 보였고 평단의 찬사도 이어졌다. 그들은 존 스타인벡과 헤밍웨이로 이어지는 미국 문학의 전통을 계승할 만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삶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이다. 책은 작가가 태어난 아칸소주 존스버러에서 멀지 않은 블랙오크의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1950년대 미국 남부의 목화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은 어려운 시절을 경험한 모든 미국인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