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1:38
수정2006.04.04 01:43
노무현 대통령의 업무와 일정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 실장이 최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청주지역 유지가 운영하는 술집과 호텔에서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31일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양 실장이 향응을 받은 것은 청와대가 지난 5월부터 윤리강령을 통해 3만원 이상의 금전 선물 향응 제공받기를 금지한 이후 일어났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양 실장은 '가족동반 새만금 헬기관광' 사건으로 비서관 3명이 사표 처리된 지 사흘만에 술대접을 받은데다 탁병오 총리 비서실장이 굿모닝시티 자금 수뢰혐의로 전격 체포된 것과 맞물려 현 정부의 도덕성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31일 양 실장의 향응접대 및 수사무마 청탁 의혹과 관련,"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전체 사실을 민정수석실에서 정확하게 재조사해 문제가 있다면 8월말로 예정된 정기 인사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양 실장 문제는 이날 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거론됐다.
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논란이 될 만한 정황이나 소지는 있으며 그런 것에 대해 주의가 환기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양 실장은 토요일인 지난 6월28일 충북 청원군의 한 식당에서 민주당 충북도지부 간부·당원 50여명과 식사한 뒤 일부 참석자 등 5∼6명과 인근 청주시내 K나이트클럽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양 실장은 술자리 후 나이트클럽 부근 R관광호텔 스위트룸에서 자고 다음날 귀경했다.
양 실장이 묵었던 방은 노 대통령이 후보시절 청주 방문 때 이용했던 방으로 알려졌다.
특히 K나이트클럽과 R호텔의 소유주 이모씨는 최근 경찰에서 조세포탈 및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당일 술자리에도 합석했던 것으로 알려져 수사무마 청탁 의혹을 낳고 있다.
양 실장은 "지난해 국민경선 과정에서 함께 노력했던 오모 충북팀장이 '대선 때 고생한 사람'이라고 소개해 인사를 나눴으나 수사와 관련된 대화는 나눈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1일 문희상 비서실장과 상의해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양 실장 사건을 앞서 파악했으나 별도의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고 윤리담당관인 이호철 민정1비서관을 통해 '주의'만 준 채 어물쩡 넘어가려 했다.
그러나 언론에 알려지면서 재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청와대 일각에서는 양 실장 사건이 그 당시 '오마이 충북'이라는 지역 언론사이트에 보도된 것이 이제 와 뒤늦게 불거진 것과 양 실장의 당일 술자리 행적을 찍은 비디오 테이프가 31일 공개된 점을 들면서 최근 386 비서관들과 관련된 음모론에 뒤이은 '제2의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