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법안 통과를 둘러싼 외국인근로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국내 근로자에 상응하는 노동3권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이번 법안 통과를 환영하는데 반해 한국에 장기 체류한 근로자들은 당장 출국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들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운동장 근처 봉제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강가 라이(31ㆍ네팔)는 "올해로 한국에서 일한지 4년째인데 한국말도 익숙해지고 일도 어느 누구보다 잘할 수 있게 됐다"며 "가뜩이나 제조업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숙련된 동남아 근로자들을 쫓아내고 미숙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한국 정부 정책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 용접공장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삼수아(28ㆍ인도네시아)도 "외국인에게 퇴직금 등에서 한국인과 동일한 대접을 한다면 과연 한국 기업들이 외국인들을 고용하고 싶어할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현재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브로커에게 7천달러를 주고도 6∼7개월 기다리는 사람이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에 쌓여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 주장대로 설사 출국한 후 고용허가를 받고 다시 들어오려 해도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기 시화공단 내 PC조립업체 컴에이스에서 3년째 일해온 티토(36ㆍ방글라데시)는 "여태까지 불법체류자로 항상 불안해하며 일해 왔는데 고용허가제가 통과됨에 따라 이젠 떳떳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며 "고국에 있는 아내와 두 딸들을 만날 수도 없었는데 이번 여름엔 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강남서 컴에이스 사장은 "동남아 근로자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쓰는 비용에 비해 산업연수생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너무 적어 정부가 불법체류자를 양성해온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법 통과로 장기적인 인력계획이 가능해져 경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