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체들이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갖가지 튀는 마케팅전략으로 소비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전통적으로 IT업체들은 기술을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여겨왔으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절감한 업체들은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독특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누드 마케팅 기업들은 투명 소재를 활용,시원함을 강조한 누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소니코리아는 투명유리 스탠드에 평면패널을 탑재한 PDP TV(모델명 KE-42MR1)를 선보였다. 투명과 은색디자인의 MP3 CD 워크맨(모델명 D-NE1)도 출시했다. 이 제품은 CD가 작동하는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니코리아는 또 투명한 재료로 수중촬영용 디지털 캠코더 방수팩(모델명 SPK-TRV33)을 선보였다. 수심 2m 깊이까지 촬영이 가능한 이 방수팩은 캠코더 작동상황을 알 수 있도록 투명소재와 거울을 사용했다. 애플컴퓨터와 아이맥은 컴퓨터에 누드 마케팅을 처음 도입했다. 투명한 바다색의 본체와 뒷면의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뤄진 감각적 디자인이 돋보인다. 전문가들은 불황일수록 누드 마케팅이 효과적이라며 올 여름에 누드열기가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림자 마케팅 삼성전자는 '스쿨 어택'(School Attack)이란 이벤트를 통해 그림자 마케팅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인 MTV와 함께 경기도 평택여고에서 인기가수 세븐의 콘서트를 열었다.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은 학교 관계자 등 몇 명에게만 알렸고 학생들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또 행사 도중 애니콜이란 휴대폰 브랜드도 철저하게 숨겼다. 그러나 세븐이 애니콜 광고 모델이기 때문에 '세븐=애니콜'이란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에로 마케팅 이동통신사들의 벗기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모바일 영화나 서태지 스타마케팅 등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콘텐츠보다 성인물은 투자비도 적고 효과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각 이통사들의 무선인터넷 사이트에는 '핫뜨거 촉촉 야설''쌩쇼 성인 방송''쇼킹 야동 클럽'등 낯뜨거운 제목들이 즐비하다. 김지현의 동성애 영상과 성현아 권민중 등 인기연예인의 누드를 앞세워 짭짤한 수입을 올린 이통사들은 경쟁적으로 성인물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성인인증 장치가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되는 수준이어서 청소년에게 에로물이 노출될 수 있다는 비판론도 확산되고 있다. ◆판도라 마케팅 네오위즈는 게임사이트 '피망'을 개설하면서 다양한 이색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최근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 시내에 빨간 폭탄모양의 대형 애드벌룬을 설치해 호기심을 유발시켰고 빨간색 피망트럭을 운행하기도 했다. 또 오는 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붐(Boom)'이라는 판도라 이벤트를 벌인다. 해머를 이용해 3m 높이의 빨간 풍선을 터뜨리면 핸드폰줄이나 1백% 당첨되는 복권을 준다. 피망 사이트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회원에게는 홈시어터 캠코더 포켓PC CD플레이어 게임보이 등 경품도 준다. ◆감성 마케팅 LG전자는 태국 왕실에 마약퇴치기금을 전달하고 각종 콘서트를 여는 등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학교 등이 참여한 공동체 행사를 통해 기업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LG전자는 멕시코에서 극빈층 지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최명수·김남국·박영태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