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자회담'수용 의사를 밝히고,미국.일본.중국 등이 환영의 뜻을 나타냄에 따라 답보상태에 머물던 북핵문제가 대화국면으로 돌아서게 됐다. 특히 북한은 미국.중국과의 3자회담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6자회담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북핵 사태는 급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 속에서 미국과의 양자회담도 요구,걸림돌로 등장하고 있다. ◆다자회담 수용 배경=미국과의 직접 담판만이 체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보고 다자회담을 부정적으로 평가해 온 북한이 태도를 1백80도 바꾼 데는 중국의 중재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다이빙궈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달 북한과 미국을 잇달아 방문했고,이후 북핵 문제에 대한 긍정적 발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 최근 미국이 북한의 체제 보장 문제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도 북한을 변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다자회담에서 체제보장에 대해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이미 북한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와 중국 등 우방국을 등에 업고 핵 문제와 관련된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성격도 짙게 깔려 있다. 이와함께 미국이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성명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경수로 공사 중단 가능성을 내비치자 일단 강경기류에서 벗어나자는 전략적인 고려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을 향해 구사할 '협상카드'가 소진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유력하다. ◆전망=한·미 양국은 6자회담의 전망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말 북핵회담 재개와 관련,"진전이 있다"며 낙관론을 밝힌 바 있다. 회담 장소는 그동안 중국이 적극적으로 중재해온 만큼 베이징으로 결정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담의 앞길에 많은 난관도 도사리고 있다. 우선 6자 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의 완전 폐기 선언이 나와야 하지만,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예상이다. 지루한 밀고당기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6자회담에 임하면서도 미국과의 양자회담에 더 중점을 둘 경우엔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북·미 양자회담을 전제로 한 다자회담 지지'란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경계론도 나오고 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