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돈 버는 법] 최인선 <두타 여성복매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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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젊은 시절 창업이야말로 이 '고생'과 일맥상통한다.
돈도 경험도 없이 건강한 몸뚱이 하나로 도전하기 때문에 온갖 시련을 견뎌야 한다.
의류상인 최인선씨(27)도 사서 고생을 하고 있다.
최씨는 넉달 전 동대문 두산타워 지하 1층에 여성의류 점포(424호)를 차렸다.
매장은 1평 남짓.
어른이 누워 간신히 팔을 뻗을 수 있는 정도다.
또래 직장인들에 비하면 돈은 많이 번다.
최씨는 지난달 1천8백만원의 매상을 올렸다.
의류구입비, 판매사원 월급 등 매장운영비 일체를 빼고 떨어지는 순수입은 5백여만원.
개점 3개월째 성적치고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첫달 1천4백만원에서 출발한 매상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러나 몸고생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밤샘장사로 몸은 항상 천근만근이다.
신경 써야 할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씨는 오후 7시에 출근해 판매사원과 교대를 한다.
다음날 새벽 5시30분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혼자 수백명의 손님을 상대한다.
50명당 한명꼴로나 지갑을 열까.
밤을 꼬박 새는 것보다 손님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게 더 힘들다.
그는 "모든 장사가 그렇지만 옷장사는 특히 손님들의 변덕과 싸워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옷 사러 온 손님들의 취향은 다양하기 짝이 없다.
최씨가 취급하는 품목이 여성 캐주얼 캐릭터 제품이다 보니 정도가 더 심하다.
팔기도 힘들지만 팔았다고 안심할 수 없다.
계산하고 돌아서면 교환ㆍ반품ㆍ환불 요구가 들어오기 일쑤다.
이렇게 시달리다 퇴근하면 밥 먹을 힘도 없다.
쓰러지다시피 잠들면 어느새 또 출근시간이 닥쳐온다.
낮시간도 편히 쉴 수만은 없다.
도매시장을 돌며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야 하고 틈틈이 디자인을 해 공장에 넘겨야 한다.
하루하루 변하는 패션 트렌드도 좇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패션잡지를 훑어보고 짬짬이 백화점에 들러 유행을 체크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또래들이 누리는 일상의 잔재미는 사실상 포기하고 산다.
최씨는 "때로는 내 자신이 '물건 파는 기계'처럼 느껴져 서글퍼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고생이 몸에 배면서 요즘엔 돈버는 재미, 장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며칠전 하루 매상이 1백50만원에 달했을 때는 퇴근 후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출근시간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장사를 하는구나.
처음으로 큰 보람을 느꼈다.
최씨는 이제 창업 넉달째를 맞지만 '완전 초짜'는 아니다.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한 그는 의류회사에서 출발해 두산타워 의류매장에서 2년6개월간 판매사원으로 일했다.
언젠가 자신의 매장을 갖고 싶었는데 올해 초 기회가 왔다.
계속되는 불경기로 점포권리금과 임대료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
지하 1층 점포를 여는데 보증금 1천8백만원을 포함해 3천만원이 들었다.
권리금은 한푼도 안들었다.
몇년전 호황일 때와 비교하면 점포를 거저 얻은 셈이다.
1평짜리 점포는 최씨에게 위기와 꿈을 동시에 안겨준다.
규모야 작지만 한달 유지비는 5백만∼6백만원이나 된다.
유행에 뒤지는 물건을 붙들고 몇달만 공치면 문을 닫아야 한다.
그야말로 벤처사업이다.
반면 2,3년만 잘하면 1평짜리 점포가 목 좋은 곳의 대형 의류매장으로 바뀔 수 있다.
최씨가 밤을 낮 삼아 지하점포에서 옷을 파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