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1:55
수정2006.04.04 01:59
'가구당 빚 3천만원 육박, 신용불량자 3백23만명, 빚더미에 앉은 가족들의 동반자살 속출, 중소기업 가동률은 51개월 만에 최저, 청년 4명중 1명은 백수생활….'
'해외 골프관광 사상 최대, 해외유학ㆍ연수 경비만 1조원, 고가 소비재 수입 급증,일부 기업 임금 두 자릿수 인상….'
국내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상반된 단면들이다.
드러난 현상만 보면 헷갈리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IMF사태 때보다 경기가 나쁘다고 아우성이지만 다른 한편의 '소리없는 호황'도 만만치 않다.
뜨거운 '아랫목'과 냉기 서린 '윗목'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아랫목의 경기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윗목경기로 이어지는 초기단계인 것인지, 아니면 경제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갈수록 경기 양극화만 심화되는 것인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
'윗목' 경기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7월 기업 경기실사지수(BSI) 실적치는 23개월 만에 최저인 79.1을 기록, 9개월째 기준치(100)를 밑도는 침체국면이 이어졌다.
8월 전망치(91.4)도 3개월째 기준치 미달이다.
경기불황의 단면인 임금체불은 6월 말 현재 2천9백억원으로 1년 전보다 32.8% 늘었고 상반기 위조지폐 적발건수는 69.1%나 급증했다.
그러나 '아랫목' 경기는 완전 딴판이다.
상반기 이라크전쟁,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에도 불구하고 유학ㆍ연수비를 포함한 여행수지 적자(22억2천만달러)는 사상 최대였고 5만명 이상이 골프백을 들고 해외 골프관광을 다녀왔다.
소비재 수입(1백8억달러)은 IMF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철강 조선 해운 등 호황업종 대기업들은 수출 호조로 번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 현금보유액이 50조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에선 직원 1인당 수백만원씩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때문에 대형 사업장이 밀집한 울산 거제도에는 전국 유흥업소 접대부들이 몰려들 만큼 호황이라고 한다.
IT업계도 인터넷 게임부문을 중심으로 실적이 급속 호전되고 있다.
투자와 소비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서민들은 대부분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럼에도 4분기쯤에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예상들이다.
종합주가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경기회복 기대를 앞질러 반영하고 있다.
경기의 실상은 이렇듯 아직은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