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수사했던 대형 비리 의혹사건과 관련, 주요 피내사자들이나 피의자, 참고인들이 자살 또는 사망, 자해함으로써 진상규명이 상당한 차질을 빚은 사례들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4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투신 자살이 검찰의 조사 문제와 직접적인관련이 있다고 볼 구체적인 물증은 없지만 상당한 심적 압박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유력하게 대두, 그간 피내사자들의 `수난사'가 새삼 관심이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2000년 10월31일 `정현준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꼽혔던 장래찬 당시 전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이 서울시 봉천동에 있는 허름한 여관에서 돌연 자살한 사건을 들수 있다. 이로 인해 검찰은 장씨가 금감원 고위간부로서 동방금고의 실질적 소유주였던이경자씨로부터 동방금고에 대한 금감원 특별조사 선처 명목으로 주식을 받았다는의혹은 사실상 그대로 묻히고 말았다. 97년 11월 오익제씨 편지 공개와 같은해 12월 재미교포인 윤홍준씨에게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를 비방하는 기자회견을 열도록 지시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수사 도중 검찰 청사에서 자해하는 소동을 빚었다. 권씨는 98년 3월 서울지검 특조실에서 소환 조사를 받던중 수사관들의 감시가소홀한 틈을 이용, 성경책 속에 숨겨 들여온 문구용 칼로 자신의 복부를 수차례 그어 중상을 입었던 것. 검찰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피의자 몸수색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권씨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으로 출장조사를 벌이는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권씨를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겨우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작년 10월말 검찰 수사관이 파주 스포츠파 두목 살인사건과 관련, 서울지검 특조실 등에서 피의자 조모씨에게 구타와 물고문을 가해 숨진 사건이 발생, 아예 사건자체가 미궁에 빠진 사례도 있다. 이 사건으로 검찰은 수사관들의 구타와 물고문을 방조한 혐의로 사건 담당 검사가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지만 밀실.강압수사의 온상으로 지목받던 특조실이 폐쇄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검찰은 피의자 사망사건이 어느 정도 수습되자 명예회복을 내걸고 파주 스포츠파 살인사건 전담팀까지 구성, 강도높은 수사에 착수했지만 뚜렷한 진전없이 수사가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의 투신자살 역시 정 회장이 현대 비자금 150억원의 내막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핵심 인사였다는 점에서 향후 검찰 수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검찰이 150억원 돈세탁에 깊숙이 개입한 김영완씨(미국체류)에 대한 귀국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 회장의 자살로 상당한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경찰의 경우 지난 1월31일 경남 통영경찰서 유치장에서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있던 피의자 박모(59)씨가 고혈압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해 경찰의피의자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3일에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살인 혐의로 조사받던 피의자 장모(56)씨가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장씨는 평소 혈압이 110∼190㎜Hg에 이르는 고혈압 환자로, 경찰에 현행범으로체포된 후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지병이 악화돼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5월 1일 경북 포항에서는 `경기도 용인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김모(29)씨가 주택가에서 경찰에 검거됐으나 김씨가 검거과정에서 흉기로 자신의 목을찔러 자해하는 바람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밖에 작년 3월 3일에는 업무방해 혐의로 전북 정읍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던 피의자 심모(36)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 양말과 내의로 끈을 엮어 감방내 수건걸이에 목을 매 숨지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임주영 기자 phillife@yna.co.kr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