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감수.경영실패 압박 .. 자살하는 기업인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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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상 별 아쉬울 것 없어 보이는 기업인들이 왜 자살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하는 것일까.
생활고에 시달려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필부필부(匹夫匹婦)들과 달리 기업인이라면 조직도 있고 재산도 있어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그러나 심리적인 상태로 볼 때는 기업인들이 오히려 자살의 유혹을 많이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엄청난 부담을 갖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다 경영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경영판단 오류에 대한 자책감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에서도 자살을 택한 경영자가 적지 않았다.
범양상선 박건석 회장은 지난 87년 4월 투신 자살했다.
'해운왕'으로 불리던 그는 해운 불황에 따른 자금난과 당시 전문경영인이던 모 사장과의 갈등을 이겨내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인간이 되시오'라는 유서가 세간에 회자되기도 했다.
92년 말에는 그해 중소기업대상을 수상한 구천수 한국기체공업 사장이 스스로 목을 맸다.
그는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 부재를 비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가장 최근인 98년 10월에는 가짜보석 판매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39쇼핑의 박경홍 사장이 이와관련된 방송청문회를 앞두고 투신자살해 사회적으로 적잖은 파문을 던졌다.
해외에서는 지난 93년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회사인 ENI의 가브리엘레 칼리아리 전 회장이 수감 중인 감옥에서 자살하고 이어 라울 가르디니 몬테디손 화학그룹 총수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탈리아 전체가 잇단 자살 파문의 충격에 휩싸인 적이 있다.
정신과전문의 양창순 박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심리는 크게 보아 두 종류라고 설명했다.
하나는 희망이 없고 어쩔 도리가 없는 무력감의 발로인 경우다.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경영난이 심해져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을 때가 예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세상에 대한 분노감이 중심 심리가 될 때다.
자신이 '불합리한' 세상에 희생당했다고 판단해 세상을 파괴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죽음으로 모는 경우다.
정몽헌 회장의 경우 남북교류와 화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벌여온 사업이 범죄로 단죄받은데 따른 좌절감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