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회장 투신자살 '충격'] 왜 '자살'을 선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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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압박 못 이긴듯
우선 정 회장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 강도 높은 검찰수사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장에서 대북송금 파문이 터진 이후 말못할 심적 고통을 겪어온 정 회장으로서는 지난달 말에 시작된 대검 중수부의 '현대그룹 비자금 수사'로 한계상황까지 내몰렸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달 26일과 31일에 이어 자살을 실행하기 직전인 2일에도 대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지난 1일에는 대북송금 의혹사건 3차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재판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피고인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과 법원을 수시로 오가면서 정 회장의 심신은 지칠대로 지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대북송금 결심공판이 오는 18일로 잡혀있고 비자금 수사도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자신의 사법처리 가능성에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누적된 피로감도 정 회장의 마음을 허무는 데 일조한 것 같다.
정 회장은 지난 2000년 이후 현대건설 하이닉스 현대석유화학 현대투신 현대종합상사 등이 잇따라 부실화되면서 끊임없는 경영책임론에 시달려 왔다.
혼신을 다해 추진한 대북사업은 여의치 않았고 북핵 문제까지 겹쳐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태로 돌아섰다.
여기에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심리적 압박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유서에 나타난 심경
정 회장이 자살 직전 남긴 유서는 구체적인 자살동기를 담고 있지 않지만 최근 심경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김윤규 사장과 가족들에게 쓴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서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라고 적어 대북사업에 대한 강한 애착과 미련을 드러냈다.
특히 부인에게 남긴 유서중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란다'는 구절은 자신이 생전에 본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던 금강산 관광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을 저승에서나마 지켜보겠다는 간절한 희망을 내비친 대목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또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습니다.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저를 여러분이 용서해주기 바랍니다'라고 언급,대북송금 및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세인의 주목을 받은 자신의 과거 행적을 참회하는 심경을 엿보게 했다.
또 김 사장에게 보내는 유서에서 '명예회장님께는 당신이 누구보다 진실한 자식이었습니다.
당신이 회장 모실 때 보면 저희 자식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습니다' 등은 김 사장에 대한 믿음과 함께 선친의 유지를 받들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는 대목으로 여겨진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