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프랜차이즈인 가마고을 미금점 남궁석 사장(37). 지난해 11월 사표를 내고 월급쟁이 생활을 접었다. 곧바로 음식점 개점 작업에 매달렸다. 젊어서 혼자가 되신 어머니는 한사코 뜯어말렸다. "음식점 장사하려고 박사학위 땄냐"며 대성통곡했다. 아내와 장모도 기가 막히는지 말문을 닫았다. 원군은 아무도 없었다. "예상했던 일이라 그냥 밀어붙였습니다. 나중에 성공해서 보답하리라 다짐했죠." 남궁 사장의 회사 생활은 탄탄대로였다. H건설과 H자동차에서 품질관리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1998년엔 건국대에서 산업공학박사 학위를 땄고 대학 강사로도 나갔다. 품질개선을 위한 6시그마 MBB(마스터블랙벨트, 개선전문가)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과장 때 그룹 총수를 단독 면담, 품질개선에 관해 브리핑 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사표를 내자 상사들이 펄쩍 뛰었다. "원하는 부서는 어디든 보내주겠다"며 극구 만류했다. 그러나 뒤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뛰쳐나왔다. 이유는 두가지. '내 사업'에 대한 열망이 가장 컸다. 35세가 되면 내 사업을 하겠다는 다짐을 신입사원 때부터 해온 터였다. "23년간 직장생활을 한 직속 상사가 단 한번의 실수로 그 다음날 잘리는 걸 보고 나니 회사 다닐 맛이 뚝 떨어지더라구요." 상사의 불행도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6월 창업작전 1단계에 들어갔다. 인터넷부터 뒤졌다. 업종은 음식점으로, 업태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에서 고르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사업 경험이 있는 친구가 '가마고을'(02-487-0404)을 찍어줬다. 본사 사장을 만나보고 가맹점에도 가봤다. 가맹점주들은 조언을 많이 해줬다. "재료 갖고 장난치지 말라" "본사 매뉴얼만 지키면 제 맛이 나오게 돼 있다"는 얘기가 주종을 이뤘다. 점포 확보도 시급했다. 마침 분당 미금역 상가지역 점포가 매물로 나왔다. 건물주인 공기업은 임차가 아니라 분양 물건으로 점포를 내놓았다. 오랜 시간 공들인 부동산에 대한 안목이 이때 위력을 발휘했다. 집 두채를 담보로 4억원 이상을 대출해 점포를 샀다. 다행히 점포 자산가치는 1년도 안돼 1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드웨어(가게)는 마련됐으나 소프트웨어가 문제였다. 날마다 이어지는 부부싸움이 가장 큰 걸림돌로 등장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부인은 식당 일이 힘들다며 극렬하게 반발했다. "원했던 대로 내 사업을 시작했으니 이젠 성공하는 길밖에 없다고 설득을 거듭했죠.그러나 처음 몇달간은 아내와 거의 전쟁을 치러야 했어요. 참다 못해 이혼하자고 폭탄선언을 해버렸죠." 남궁 사장은 이때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올 봄으로 접어들면서 아내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손님에게 메뉴를 추천하기도 하고 사은품을 주며 생색을 내기도 했다. 요즘엔 친절하다며 손님들이 팁을 주기도 한다. 어머니도, 장모도 변했다. 서울 반포에 사는 어머니가 친구들을 데리고 분당까지 '원정 외식'을 오기도 한다. 이제 주위에 '반군'은 없다. 든든한 후원자들만 가득하다. 한식 프랜차이즈 가마고을 가맹점은 2백여개. 분당에만 7개가 있다. 문을 연지 9개월밖에 안된 미금점은 올해 본사로부터 '최우수점포'로 선정됐다. '서비스 교육 모델점포'로 지정되기도 했다. 매장면적 20여평의 미금점은 평일엔 하루 1백만원, 일요일엔 1백40만원의 매상을 올린다. 최고 기록은 지난 5월8일 어버이날 세웠다. 부모님을 모시고 온 효자들은 자리가 나기까지 마냥 기다렸다. 덕분에 2백30만원의 매상을 기록했다. 1인당 구매액(객단가)이 7천∼8천원임을 감안하면 이날 하루 3백명 이상이 들른 셈이다. 남궁 사장에게 이 점포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더 큰 '내 사업'을 갖기 위한 발판일 따름이다. "세상은 변했습니다. 화이트칼라의 매력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기업 부회장 하다가 호텔 웨이터 하는 분도 있지 않습니까. 식당 사업을 초석으로 앞으로 상가분양 등 부동산 사업도 해보고 싶고요, 식당 덩치도 키우고 싶네요." 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