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넘을수 없는 벽? 넘어야 하는 벽!..고원정 새장편 '불타는 빙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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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성추행과 가혹행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작가 고원정씨가 군부대의 실상을 파헤친 장편소설 '불타는 빙벽'(해냄,전3권)을 냈다.
'한국인' 이후 3년만에 내놓은 이번 소설은 지난 93년 출간됐던 '빙벽'(전9권)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 있다.
'빙벽'이 격동의 시기인 1980년대 금기의 공간인 군을 배경으로 집단과 개인의 관계를 해부한 작품이었다면 '불타는 빙벽'은 군대내의 이야기에만 국한하지 않고 인간의 탐욕과 위선,진보와 보수의 갈등,동성애 문제,언론 비리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들을 두루 다룬다.
최규선 게이트나 김훈 중위 사건,군대내의 성폭력과 억압관계 등 최근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을 소설의 모티브로 채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역사와 사회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여온 작가의 이전 작품이 아(我)와 적(敵)의 구분이 명확하고 고발 내용이 직설적이었던 데 비해 이번 작품에서는 더욱 넓고 깊어진 작가의 사회인식을 엿볼 수 있다.
소설은 '빙벽'에서 군과 권력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신화'를 부수려던 현철기가 죽고 22년이 지난 현재 두 개의 영웅신화를 놓고 부딪치는 여러 군상들의 모습을 그렸다.
국회의원이 된 당시의 대대장 박민과 현철기의 사촌이자 당시 석촌소대원이었던 박지섭,청와대에 입성한 임천호,퇴락한 운동권 세력 박건호 등이 '신화'를 지킬 것이냐 우상을 파괴할 것이냐를 놓고 갈등을 빚는다.
그렇다고 이 소설은 옛 시절과 과거의 사건들을 끄집어내 추적하고 곱씹는 후일담 소설에 그치지 않는다.
예기치 못한 반전과 끝없이 새로 밝혀지는 음모,다양한 갈등이 얽혀 있어 이 책은 '빙벽'과 따로 떼어 읽어도 무리가 없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