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망과 관련, 조문단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하고 조전 발송자의 격(格)도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당시에 비해 낮아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5일 정 회장의 사망에 대한 조문단을 보내지 않는 대신 평양과 금강산에서 대규모 추모행사를 갖기로 결정했다고 현대아산에 통보해왔다. 또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고(故) 정회장의 형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에게,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는 현대아산에 각각 이날 조전을 보냈다. 북한은 정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당시에는 2001년 3월 24일 남북 직항편을 통해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 4명으로 구성된 조문단을 파견, 청운동집에서 조문한 뒤 저녁 무렵 평양으로 돌아갔었다. 조전도 명예회장 당시에는 사망 다음날인 2001년 3월 22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아태평화위, 민경련 등의 명의로 보냈지만 이번에는 `핵심'에 해당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조전이 일단 빠져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과거 남측에 조전을 보낸 것은 명예회장 사망 때 한차례뿐이다. 대외적으로도 김 위원장의 조전 타전 사례는 덩샤오핑(鄧小平) 등 주요 우방 지도자의 사망 등에 국한돼 있어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처럼 `의전' 수준이 다소 낮아진 것에 대해 북한 내부 사정이나 8월에 예정된남북교류행사 등이 배경이 됐다며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시각이 있는 반면 남북한정세 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8월에 8.15 민족공동행사를 비롯해 많은 남북 교류행사가 예정된데다, 8.3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 직후부터 법률 개정이나 권력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가는 만큼 북한 내부적으로 매우 바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북핵 위기로 긴장감이 조성된 현재 정세가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화해무드에 있던 2001년과는 크게 다르며, 북한이 아태평화위 성명을 통해 대북 송금 특검제를 강하게 비난한 사실에 비춰볼 때 남북정세를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도있다. 이와 함께 명예회장이 대북사업의 `개척자'였다면 정 회장이 `계승자'였다는 차이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금강산에 정 회장의 유품을 안치하고 추도비를 건립하는 데 동의한 것은 그간의 공로는 물론 김 위원장이 강조하는 `의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