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경영권 획득을 위해 LG그룹이 제안한 유상증자안이 임시주주총회에서 부결됨으로써 통신시장 구조조정 문제가 다시 안개속으로 들어갔다. 특히 LG측은 이에 앞서 유상증자안이 부결될 경우 통신사업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공언한 터라 통신시장의 불안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 또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개별기업들 간의 이해관계를 떠나 이번 하나로통신 임시주총은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완결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두루넷 온세통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하나로통신은 유동성 문제로 경영상 애로를 겪는 등 통신시장 전반에 드리워진 불안요인을 제거하면서 통신시장 경쟁체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결정적으로 해소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유상증자안 부결은 아쉬운 점이 있다고 본다. 유상증자안이 부결된 이유는 근본적으로 1,2,3대 주주간 견해차 때문이다. 우리는 개별기업들의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논할 위치에 있지 않지만 이번 일로 자칫 통신업계가 극심한 불신과 분열 양상으로 치닫는다면 그것은 통신시장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주요 주주들의 대치로 국내 2위의 유선통신 사업자가 오도가도 못하는 곤경에 빠진다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LG그룹은 유상증자안이 부결될 경우 통신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유상증자에 대한 강력한 희망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해야 옳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통신시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지금이 비록 전세계적인 IT 침체기라고 하지만 밖에서는 새로운 서비스,새로운 기술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구조조정과 경쟁체제의 불확실성으로 시간을 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통신서비스 시장 특성을 감안할 때 구조조정 문제에 일절 간여하지 않겠다는 정통부의 자세도 반드시 최선이라고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지고 보면 통신시장 유효경쟁을 말한 것도,통신 3강을 말한 것도 정부였다. 얼마 전 정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설비망 공개 등 유효경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해도 될 만한 새로운 경쟁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통신시장이 유선·무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만 남는 양강체제로 간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통신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은 모두의 과제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