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경기진단] (2) 中企는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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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도 지나간 얘기입니다. 월급도 못 줄 형편인데 직원을 늘릴 엄두가 나겠습니까?"
서울 성수동 D제화는 지난 6월 볼링화 등 특수화 부문을 정리했다.
기계를 팔고 직원 5명을 내보내야 했다.
올해 초부터 납품량이 줄어들면서 재고물량을 원가도 못 건지고 처분했다.
앞으로 구두에 매달릴 계획이지만 이 역시 예전의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올해초부터 중국의 값 싼 제품들이 들어오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서다.
"자금이 달려 퇴직금 지급도 유예했습니다. 문제는 하반기에 들어서도 희망이 안보인다는 것이지요."
이 회사 김모 대표는 신발만 23년째 생산해 오고 있지만 이렇게 앞이 캄캄한 적은 없었다며 한숨을 내쉰다.
그는 또 "국내에서 OEM(주문자 상표 생산) 방식으로 생산하던 외국 대형 신발업체들이 동남아 등지로 옮겨가 일감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D제화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성수동 일대 신발생산업체와 신발 소재업체중 5분의 1가량이 올들어 폐업했다.
한때 1천여개에 달하던 업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남아 있는 업체들도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형편이다.
여름으로 접어들자 아예 일찌감치 공장문을 닫고 휴가를 떠나면서 공단 전체가 썰렁하게 변했다.
반월의 한 금형업체는 2001년 5월 공장 한 곳을 늘렸다가 2년만에 다시 폐쇄했다.
1년이 넘게 신규 인력을 채용하지 못한데다 그나마 있던 인력도 30%가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공장 부지와 기계를 통째로 임대해 주고 있다.
남은 공장도 가동률이 40%에 못미치고 있다.
인력난과 함께 은행으로부터 대출금 상환 압력을 받으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들어서 중소기업들이 이처럼 무너지는 이유로는 인력난과 자금난, 값싼 아시아 제품들의 수입 등이 꼽힌다.
특히 중국산 제품의 국내시장 잠식과 국내 대기업의 해외 이전은 국내 중소기업들을 존폐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
신발조합 관계자는 "중국산 수입품은 가격대가 국내 제품의 50%선에 그쳐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며 "품질에 차이가 많지만 디자인 등이 점차 개선되고 있어 큰 위협대상"이라고 말했다.
안산지역의 금형업체인 현우테크의 이정근 대표도 "범용화 저가 금형업체는 중국 동남아지역 금형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들이 산업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면서 거래선도 함께 해외로 옮기는 바람에 국내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며 "주 수출선이던 일본의 전자ㆍ전기 업체와의 거래도 대부분 끊겨 앞이 안보인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염색과 공구 산업도 동남아 제품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 공구업체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옮겨가야 하지만 이들 업체 대부분이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