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너무나 당당한 정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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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10시 5분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 청사.검은색 체어맨이 정문 앞에 멈춰서고 김근태 의원,이낙연 대표비서실장 등과 함께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차에서 내렸다.
지검 청사 앞은 1백여명의 정 대표 지지자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한 여성 지지자는 "대표님 힘내세요"라고 외치며 눈물을 글썽였다.
차에서 내린 정 대표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던 당직자 등과 악수를 나누며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정 대표는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의 '한마디 해 달라'는 요청에 "이미 다 밝혔다"고 짤막하게 대답한 뒤 11층 조사실로 향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 대표의 검찰 출두는 이렇게 1막을 내렸다.
지난달 9일 검찰이 첫 출두 요청을 한지 26일만의 일이다.
이날 출두과정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정 대표의 너무도 '당당한' 행동에 의아해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윤창열 굿모닝시티 대표로부터 받은 4억2천만원은 순수한 정치후원금이었으며 영수증 처리를 안한 것일 뿐"이라며 모두 4차례에 걸친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청와대 일부 386세대와 검찰의 음모"라고 몰아붙이며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몰두했다.
국회도 '회기가 열리는 동안엔 의원을 체포할수 없다'는 면책조항을 이용,방탄국회를 여는 등 정 대표를 감싸는 듯한 인상이 짙었다.
정 대표 측으로선 일단 안도의 숨을 쉬고 있는 듯하다.
불구속 기소쯤으로 굿모닝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내년 총선에서도 별 탈 없이 전면에 나설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정 대표와 함께 왔던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검찰에 "정치인은 명예가 중요하다.
이를 고려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들에겐 정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의 이같은 행동이 어떻게 비춰질까.
동대문 시장의 한 상인은 "집권당 대표로서 받은 돈이 정치자금이든 뇌물이든 간에 3천여명의 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준 분양사기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사과나 해명은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당당함을 보면서 서민들에게 또다시 '권력과 힘이 있으면 역시 법도 비켜간다'는 무력감을 심어주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태명 사회부 기자 chihiro@hankyung.com